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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Dec 22. 2023

브런치 조폭(조회수 폭등)을 만나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브런치 조회수 폭등을 조폭이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얼마 전 나도 일명 브런치 조폭을 만났다.

휴대폰이 자주 울리는 것이 신경 쓰여 문자를 제외한 모든 알림은 꺼두는 편이다. 생각날 때마다 브런치에 들어가 알림을 확인하는데 얼마 전 오후에는 알림에 파란색 숫자가 적혀있었다.


설마 내 글이 다음에 걸린 건가? 콩닥대는 가슴을 안고 다음 포털을 열었다. 화면에 엄지를 빠르게 날려 홈쿠킹 섹션으로 갔다. 내 글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로고침을 하니 내가 만든 샌드위치 사진이 클로즈업되어 눈에 들어온다.

-게으른 사람도 나만의 필살기 음식을 가지고 싶다.

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리다니.

얼른 캡처를 하고 내 샌드위치 글에 동그라미를 크게 그렸다.

- 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렸어요.

우리 가족 톡방에 캡처된 사진을 올렸다.


 아들과 남편이 자신의 폰에서 내 글을 찾아 다시 보내주었다. 아들은 다음 포털에서 엄마 글을 보는 게 신기하다며 가문의 영광이란다. 남편은 시댁식구들 톡방에 내 글과 다음 포털 사진을 캡처해서 올렸다. 우리 식구들 아니면 관심도 없을 텐데 괜한 설레발인지 알면서도 싫지만은 않다.


 조회수가 1000을 넘길 때마다 계속해서 알림이 왔다. 금세 5000이 넘었다. 매스컴의 위력이 이런 거구나. 평소에 조회수가 40이면 많은 편인데 5000이라니 놀라웠다. 저녁이 되자 10000이 넘었다고 알림이 왔다. 내 글 중 처음으로 라이킷도 100을 넘었다.


 다음 날이 되어서도 계속 라이킷 알림이 왔다. 다음 메인에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데 어디에 노출이 됐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하다가 지금 있으니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듯 마음이 들떠 계속 브런치만 쳐다보게 되는 금단현상에 시달렸다.


 그 후 3~4일동안 라이킷을 누르는 독자들을 보며 포털 노출의 위력을 느꼈다. 이 글을 쓰며 최종 조회수를 확인해 보니 약 27000이다. 27000명 정도의 독자가 내 글을 보다니. 머릿속으로 27000명을 줄 세워 보았다. 꺅~~ 엄청 많잖아.

그렇게 구름 속의 산책을 끝내고 땅바닥에 발을 디디며 산지 몇 주 후 또 '조회수 1000이 넘었습니다. ' 알림이 왔다. 이번에는 '난생처음 셀프 김장' 글이었다. 다음 포털에 들어가서 내 글을 확인했다. 샌드위치 글이 올라간 지 11일 만에 김장 글이 또 올라간 것이다.


 '게으른 사람이 바쁘게 사는 법' 브런치 북을 연재하다 보니 꾸준히 글을 쓰게 되었고 덕분에 브런치북의 두 글이 메인에 올라가게 되었다. 다음 메인 노출도 이렇게 마음이 붕붕 뜨는데 책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작가님들은 어떤 기분일까. 내겐 유니콘을 타고 달리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신기해하는 가족들에게 브런치팀에서 작가별로 돌아가며 daum 글을 올려주는 거라고 애써 겸손한 척은 했지만 도파민의 순간적 과다 분비로 인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짜릿한 경험이었다.


 내 글이 메인에 올려지는 걸로 봐서는 브런치팀은 정말 꼼꼼하게 모든 작가의 글을 다 모니터 하고 있나 보다.


 남편은 오히려 카카오에서 다음 메인에 내 글을 올렸으니 원고료를 줘야 하는  아니냐며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작가의 글을 동의도 없이 가져다 쓰면서 보상이 없는 게 말이 되냐면서. 어떻게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한데, 남편도 브런치 작가가 되어보면 알 것이다. 다음 메인에 노출이 되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원고료는 도파민을 많이 분비시켜 준 걸로 충분하다.


반가웠어. 조폭아.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 ~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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