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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Feb 11. 2024

고통의 엔트로피 법칙

고통을 변화시키자

 고통이 없는 상태.


 행복을 다른 말로 정의하자면 고통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관계에서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해서 행복한 관계만을 만들지는 못할진대 법이나 인연으로 맺은 관계라면 크든 작든 일정량의 고통은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나서 차후에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의 기억과 상대방의 기억이 다르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나에게 선을 넘는다고 생각한 행동은 상대방의 입장에선 그럴만한 행동으로 둔갑된다. 우리의 삶은 영화가 아니니 되감기 하여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왜곡된 기억도 오래되면 어느새 공고한 진실이 되어 가슴깊이 자리 잡아버리니. 영화 '오 수정'에서 하나의 사실이 남녀의 시점에서 어떻게 다르게 기억되는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고의든 우연이든 각자 기억한 대로 상대방을 오해하거나 이해하게 된다. 기억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내가 상처받은 일에 대해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상대방은 기억조차 못할 때도 있다. 종이로 손가락을 벤 것처럼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통증인데 상대방은 기억도 못하다니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그럴 땐 얼른 털어버리는 게 상책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지고 망각되어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다 사소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다시 타오르기도 한다. 희한하게 처음 맞았던 고통만큼 아프지는 않다.


아인슈타인이 모든 과학에 있어 제1법칙이라고 주장한 엔트로피 법칙은 열역학 제2법칙이다. 이 법칙에서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고 규정한다. 즉,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획득가능한 상태에서 획득불가능한 상태로,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만 변한다는 것이다.


 

고통도 엔트로피 법칙을 따른다.

나의 감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다가 무용한 상태로 변하고,

손에 잡힐 것처럼 커 보이던 고통이 희미해져 획득불가능한 상태로 변하고,

마음 정 중앙에 질서 있게 자리 잡은 모습에서 무질서하게 흐트러진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에서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에서 얻은 고통은 또 다른 관계에서 치유될 때가 많다.

가장 큰 고통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했듯이 고통의 형태도 털어놓음을 통해 변화한다.

 내가 받은 고통을 털어놓다 보면 고통이 무질서한 상태로 변해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담아 놓은 고통은 더 질서 있는 상태로 마음을 어지럽힌다.

 

 상대가 사람이 아니어도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은 고통을 획득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그림과 글, 춤으로 승화시킨다.

고통 또한 다른 형태로 변화되고 승화되었으면 한다.


 운동, 산책, 글, 그림, 춤, 가족과의 소통 어느 것이라도 좋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고통은 계속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니

고통을 만나거든 얼른 다른 형태로 바꿔보자.

고통 속에 머무르지 말고 부지런히 변화시켜보자.




 브런치에 입주하면서 처음 연재를 시작한 '게으른 사람이 바쁘게 사는 법' 브런치북.

처음 하는 연재이다 보니 어떤 글을 쓰는 게 좋을지 고민의 시간이 잦아졌습니다. 함께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독자님 덕분에 그 시간이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값진 경험을 하게 해 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저는 행복이 별건가요 연재와 또 다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 공부]_2024.2.9


인간의 고통은 기체의 이동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일정한 양의 기체를 빈방에 들여보내면 그 방이 아무리 큰 방이라도 기체가 아주 고르게 방 전체를 완전히 채울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고통도 그 고통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완전하게 채운다. 따라서 고통의 ‘크기’는 완전히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출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지음/이시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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