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오리 백숙

나는 누구랑 가지?

by 갸름이 조문희

지난 현충일. 기다리던 공휴일이어서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일정을 잡았더랬다. 일을 시작하고는 빨간 날이 소중했기에...

여러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데 잦아들 줄 알았던 비는 점점 억새지기만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옆에 있던 엄마가 오리 백숙이 먹고 싶다는 말씀을 꺼내셨다.


"그래 엄마, 오리 백숙 먹으러 가자."

어, 어라... 함께 가기로 하고 일어서려는데 엄마의 눈이 젖은 듯 보였다. 설마... 잘 못 봤겠지...

꼭 그래야 하는데 먹으러 가자는 딸의 말에 눈물까지 맺혔다면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닐까.

은근 겁이나 "엄마, 그거 눈물이야?" 묻지 않았다.

못 본척하기로.


입맛이 없어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던 엄만데 어찌나 허겁지겁 고기를 드시던지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에 저러다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되기까지.

'아, 이토록 드시고 싶으셨구나...'


사실, 지난주에 드시고 싶다고 하셨는데 내가 좋아하지 않으니 작은 언니에게 부탁하였고 조만간 엄마와 먹겠다고 하여 살짝 홀가분하게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어디서든 사건이 터지기 마련, 그날 나는 그놈의 오리백숙 앞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정신없이 드시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다 속에서 뭐가 훅 올라왔고 잠시 후에 비슷한 결의 또 다른 울컥이 솟구쳤던 것.

처음 올라온 것은 분명 엄마에 대한 미안한 감정에서였으나 두 번째 울컥은 바로 이 생각 때문이었다.


'내 나이 83세가 됐을 때 혹시라도 오리 백숙이 먹고 싶으면 어떡하지?'

'내게 누가 있지?'

'자식도 남편도 없는 나는 누구에게 먹고 싶다는 말을 하지?'

왜 이 생각이 솟구쳤는지 모르진 않지만 나는 결국 양평 최고 맛집, 그놈의 오리 백숙 앞에서 가슴속 눈물 바람을 하고 말았다.



속으로 말했다.

'그래도 엄마는 말할 사람이라도 있잖아.

효녀는 능력 밖이라며 가끔 화를 내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먹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잖아. 함께 먹어 줄 수 있는 딸이 있잖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지인들이나 미혼의 친구들과 노년의 삶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건강으로 시작해서 보험 경제력 친구 등을 헤집고 다닌다)를 하며 지냈지만 그날 그놈의 오리 백숙을 앞에 두고 쓸쓸한 노년을 떠올렸다니...

나도 참...



노년, 그러니까 엄마 나이 즈음의 나.

딸도 백숙이 싫다며 이리저리 미루다 이제야 그놈의 오리 백숙을 먹으러 갔는데...

'나는 누구랑 가지?'

요즈음 삶의 귀퉁이가 아프다.

엄마를 바라보면서 노년의 서글픈 삶이 또렷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도 이러겠지?'


어쩌다 시작된 동거는 쉽지 않았고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모신다'에서 '함께 사는'으로 포맷 format 중이다.

그저 '함께 사는'이 훨씬 편하리라는 생각에서 진행 중인데 엄마는 불편하겠지.

그래도 어쩌랴. '일방적 모심'보다 '합리적 동거'쪼끔 더 나아 보이니 그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