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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Jan 27. 2024

1600년 이전, 최고의 논리를 읽다

[고전] 성 어거스틴, <고백록>을 읽고

성 어거스틴은 왜 아직도 유명한가?

 

성 어거스틴. 일반적으로는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있으며, 초기 기독교 교리를 통합해 논리와 믿음을 중심으로 하는 교리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성 어거스틴(Saint Augustine)은 354년에서 북아프리카에서 태어나 430년에 세상을 떠난 교부(고위 성직자)이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중세에 성 토마스, 근대의 말브랑슈에 이어 현대까지 계속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왜 수많은 신학자들 중에서 그의 영향이 이렇게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까? 필자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고백록’에서 보여준 철학적 면모가 그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과(因果), 그 주체의 문제


 신학에서 언제나 다루던 문제 중 하나는 원인과 결과의 인과이다. 원인이 있어야만 결과가 있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에 따라 종교별로 다른 교리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업(카르마라고 한다)이라는 인과율 아래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반면 인과를 법칙이 아니라 신의 행위로 설명할 경우 유일신 아래의 피조물이라는 기독교의 교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인과를 전지적인 신의 역할로 만들 때 일어나는 모든 해석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인간 안에 잠재되어 있는 악에 대한 문제는 신을 대입해 인과를 설명하는 방식에서 항상 골칫거리였다.


 버클리까지 이어져온 이 문제는 ‘악의 문제’로 흔히 일컬어진다. 신이 모든 것에 관여한다면 인간의 악의 근원도 신에게서 나온 것이며, 이는 절대적 선이자 전지자로서의 신의 개념과 불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악의 문제는 신학자들에게서 금기시되는 문제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심지어 근대철학에서도 인간이 행하는 악이 사실 종합적으로 신에게 있어서는 선이라는 라이프니츠의 주장도 있을 정도로, 신학자들이 악이 아무리 명확히 느껴진다고 해도 이를 거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쩌면 마녀 사냥이나 종교 전쟁도 이러한 성향성에서 드러난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솔직한 책


 그러나 <고백록>은 분명 그 시기가 굉장히 이른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악에 대한 문제를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고백록>은 그 시작에서 어거스틴이 순수하게 하고 싶다는 이유로 농작물을 떼서 버린 악행을 서술한다.


 이 시점에서 어거스틴은 악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 악이 어디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시도한다. 이러한 철학적 면모는 당시 시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굉장히 독특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미셸 푸코라는 철학자의 말에 따르면, 고백이라는 행위는 굉장히 자기포기적인 성격을 가진다. 참회의 고백을 통해서 개인은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드러내어 자기자신이라는 존재를 포기하며, 자신의 생각과 마음에 대한 고백을 통해서 개인은 자기 자신의 마음 깊숙하게 존재하는 악의 감정을 드러낸다.


 종교의 아래에서 개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신과 피조물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고백이라는 행위는 그런 종교에 가장 걸맞는 행위로, 피조물로서의 존재성을 인정하며 특별한 ‘자기’라는 지위를 포기하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성 어거스틴이 작성한 <고백록>, 혹은 <참회록(confession)>은 그 이름부터 자기포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 내용적인 면에서도 성 어거스틴은 어릴 적 자신의 악행을, 그리고 마라교를 믿었던 자신의 과거를 고하며 자기를 해부하여 온 세상에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었다면 그는 일반적인 다른 신학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성 어거스틴의 중요한 점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는 점이다.


 ‘완벽한 신이 어째서 내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하였는가?’라는 악의 문제에 대해서 자기 포기를 통해 문제를 회피하기만 하지 않고, 오히려 그 이유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죄는 있다 vs 죄는 없다


 이러한 철학적 분석은 사실 당대의 두 종교 학파에서 악의 문제에 대해 주장하는 바와도 연관이 깊은데, 당대에는 인간의 죄와 악에 대해서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뉘었다.


 하나는 아담의 원죄를 계속해서 이어받기에 인간의 죄가 존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선(善)의 결여를 우리가 그런 식으로 해석한다는 입장이다.


 성 어거스틴은 후자를 선택하였지만, 그는 그 이유를 종교적인 교리에서 찾지 않고 경험을 토대로 추론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에서 시작해 시간에 이르기까지 귀납법에서 시작한 추론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그 결과가 죄에 대한 그의 주장인 것이다. 죄가 없다는 결론을 토대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서 죄가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낸 점.


 이러한 점은 신학에서 어떠한 점을 주장할 때 일원론적인 신에 대한 대전제에서 시작해서 나아가는 연역적 방법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신을 부정하는 입장의 측면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억과 경험에 의거한 신에 대한 논리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고백록>은 중세의 아퀴나스에게도 핵심 교리로 작용하고, 말브랑슈 같은 철학자의 기회원인론의 기반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종교책, 그러나 그 핵심은 논리와 철학

 <고백록>은 분명 단순히 어거스틴 개인의 죄와 잘못을 고백하는 제목 그대로의 글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사고와 철학적인 접근 방법을 고려한다면, 어째서 그의 영향력이 현대까지 이어지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고백록>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이끌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고백록>이 가지는 가치는 크며, 이러한 점에서 <고백록>은 한 번은 꼭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별점 : ★★★☆☆ : 종교적인 어투가 거슬릴 수 있지만, 그것만 극복하면 우리가 평소 얼마나 깊게 생각하며 살아야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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