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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Apr 09. 2024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

11/13(일) : 인생 첫 번아웃


 장학금을 받고 난 뒤 첫 주말이다. '장학금을 받았으니 그만큼 열심히 공부해야지!'라는 각오를 다지려고 했지만... 오히려 공부하기 싫다는 생각이 전신을 가득 채웠다. 인생 첫 장학금, 거기에다가 한화로 340만 원에 달하는 거금을 받고 나니 오히려 이제 모든 학기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무기력해진 것 같다.


 이렇게 되고 나서야 왜 로또 당첨자들 중에서 행복한 삶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지 알 것 같았다. 노력하지 않고 - 더 정확히는 그 돈을 얻기 위해 힘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 돈은 오히려 의욕을 깎는다.


  물론 자기만의 가치관을 정립해서 규칙적인 생활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사람들은 갑자기 거금을 받더라도 그런 '사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대로 나아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에 불과한가 보다.



11/14(월) : 여행에서의 구내염은 더 아프다


 입 안에 난 구내염이 굉장히 아프다. 한국에선 입술에나 생겼는데, 이빨이 맞닿는 볼 안쪽 부위에 나니까 말할 때마다 부딪혀서 굉장히 아프다. 어찌나 아픈지 먹는 걸 좋아하는 내가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최근 과일을 자주 먹지 않게 되어 비타민 섭취에 소홀하기도 했고, 과제한다고 잠도 덜 잤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외라서 구내염 약도 따로 없는 것이 유일한 한일 뿐이다. 해외에 올 때 보충제를 챙겨 오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했는데, 오늘에서야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11/18(금) :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


 오후 3시 반에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어제 시험도 보고 여유가 생긴 느낌인데도 할 게 없어서 심심했다. 나이가 든 어머니께서 서예와 탁구 같은 취미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조금 이해가 된 느낌. 일전에 호 형과 같이 갔던 곳 중에서 몽콕을 더 둘러보고 싶어서 한 번 걸어가 볼까 싶었다.


 교훈을 얻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차도에 있는 표지판을 보고 그쪽으로 따라갔는데, 완전히 길을 잃어서 괜히 뺑뺑 돌았다. 왕복 2시간 거리를 거의 4시간 가까이 걸어서 갔다 올 정도(그것도 돌아올 때는 전철 타고 왔다). 왼손의 미밴드를 보니 총 21000보, 걸은 거리 18km라고 나왔다. 그래도 최근 싱숭생숭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정리된 것 같았다. 운동은 번아웃에 도움이 된다.



어딘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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