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먼저 떠올리다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라는 말도 듣는다.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고 싶지만 그럴 배짱도, 나의 생각에 대한 믿음도 없어 머뭇거린다. 그러나 마음에 이는 작은 일렁임을 나는 느끼다.
작은 일렁임은 반발심과 비슷하다. 나약한 내가 타인의 삶에 개의치 않고, 나만의 삶을 집중해서 찾기 힘들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상담사라는 정체성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현실과 이상,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의 갈등은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이론을 상담에 접목시키고자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담소에 방문하는 내담자는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요구한다. 어떤 이는 “선생님께서 꼭 집어서 얘기해 주세요.”라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직접적으로 말한다. 내가 선호하는 상담이론에서는 내담자가 자신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변화의 방향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상담이라고 말한다.
상담사는 내담자에게 성급한 판단과 조언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콕 집어서 짚어달라는 요구에 매번 당황한다. 초보 상담사일 때는 이론에서 배운 것을 따라야 한다고 고민 없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내담자에게 상담사의 역할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하고, 내담자에게 그런 게 요구하는 이유를 다시 되묻기도 하였다.
점점 상담사의 경험과 인생의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고집한 상담사의 역할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개인상담소에게 상담을 받겠다고 결심하는 건 상담한 용기가 필요하다. 심리상담이 보험이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상담 비용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그럼에도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들은 현실의 고통이 견디기 어려워, 어떡하든 해결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용기를 내고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가장 힘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답을 가져가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이제는 내담자가 원하는 현실적인 문제해결을 도우려고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담자의 어려움이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패턴인지, 이것이 앞으로 내담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멈추지 않는다. 몇 회기의 상담을 원하는 내담자와 다루기는 어려운 주제일지라도 상담사가 내담자를 이해하는 데는 분명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나만의 라는 말 뜻을 올곳에 규정하는 방식을 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상담사, 엄마, 아내가 아닌 내 이름을 제일 먼저 떠올리려고 한다.
커버이미지 사진: Unsplash의Evgeni Evgeni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