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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 Apr 10. 2023

쇄골이 부러지고 얻은 것들

축구 경기 중 상대와 부딪히고 균형을 잃 채 넘어지면서 쇄골이 부러졌다. 살면서 이렇게 큰 부상을 입어본 적이 없었기에 매우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웠다. 전신마취 수술을 받고 한동안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고통이 조금씩 줄어들자 그제야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안 되는 나의 좋은 습관 중 하나는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이다. 이번에도 큰 부상을 겪었지만 감사한 것 세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첫째, 공감 능력을 얻은 것이다. 솔직히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상황을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누군가 다쳤다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은 아팠지만 솔직히 크게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아마도 건강 문제로 크게 힘든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부상을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다리에 깁스를 한 사람을 보면 얼마나 답답할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얼마나 불편할지, 암으로 투병 중인 사람을 보면 얼마나 괴로울지 감정이 너무 잘 이입되었다. 물론 이러한 공감능력 자체가 감사한 것은 아니다. 타인의 아픔이 내게도 전달된다는 것은 어쩌면 큰 스트레스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아픔을 진심으로 느끼고 그 사람의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일은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하다. 그래서 감사하다.


두 번째로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등 많은 사람들이 나의 부상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해 주었다. 그 사람들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에서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저 사람이 다쳤다면 나 역시 이렇게 걱정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특히, 평소에는 무뚝뚝한 성격으로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의 위로는 큰 힘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기쁠 때 함께 웃어주는 사람보다 힘들 때 같이 아파하고 울어주는 사람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건강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대부분이 건강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그 건강함에 얼마나 감사하며 살았는지를 생각하면 민망할지 모른다. 건강을 잃어야만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지 않을까. 건강도 능력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필수다. 건강 관리는 어떤 자기계발보다 중요하다. 건강이 전제되어야만 다른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기본적인 이 사실을 제대로 깨우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비록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그 과정에서 깨우친 것들은 꺾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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