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수업이 폐강이 되었다

- 나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다

by doctor flotte


사실 매 학기 우려하던 일이다. 나는 대학 교양과목으로 철학과 윤리학 그리고 행복론을 강의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아끼는 과목은 물론 철학과목이다. 그런데 항상 철학과목이 수강생 미달로 폐강을 걱정해야 했다. 학교에 강의개설요청을 항상 했고 겨우겨우 강의는 개설이 되어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철학과목을 강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학생수가 너무 적어 폐강이 되었다. 나는 이번 학기 철학을 강의하지 않는 철학교수가 되었다. 지난주에 폐강이 결정되었고 나는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멀리서 구경하며 사는 것 같다. 연구실에 앉아 있어도 나는 그냥 내 연구실에 있는 여러 물건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러다가 햇빛이 줄어들어 연구실이 어두워지면 나는 짐을 챙겨 나간다. 나는 원래 책상 위 스탠드 하나만 켜고 연구실에 있는 형광등은 켜지 않는다. 그래야 연구실에서도 창문을 넘어 들어온 햇빛과 그림자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울적한 마음에 내가 좋아하고 그래서 오랫동안 해 왔고 이미 이렇게 된 거 결국 계속 이것만 하다가 가게 될 철학이란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철학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디선가 본 걸 따라 하는 말이 아니라, 내 입으로 하는 내 말이다. 잘 사는 것, 못 사는 것, 어떻게 살고 싶다는 것 그런 것 말고 그저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은 이 ‘살아간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사실이다. 가장 분명하고 가장 생생한 것이면서도 전혀 그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게 나는 답답하다. 그리고 그런 답답한 상태로 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또 억울하고 답답하다. 또 한 가지는 그게 알고 싶다는 것이다.


찾아보고 싶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무언가 궁금하고 답답해도 우린 그냥 그걸 무시하고 지나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그걸 알고 싶다. 그냥 호기심에 알아보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그리로 가고 있다.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알아내고 알아낸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싶다. 물론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갖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지는 더 이상 알 수 없다. 아무튼 사실을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으니 나름대로 알아낸 것들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 그리고 점점 더 확실해 지고 있는 것은 우리가 무얼 하며 살아가든 사실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가장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왜 특별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그만큼 삶 자체는 무한한 의미를 가지고 다시 내게 다가온다. 나는 아주 조금씩 그 일부를 더듬고 찾아낸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알아낸 것들이 아직도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되고 또 이상하게도 그게 다시 동기가 되어 나는 힘을 내고 더 집중하고 찾아 헤맨다. 물론 나 혼자 찾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철학자들, 이런 이상한 것들에 죽기살기로 달려든 철학자들이 남긴 글들이 도움을 준다. 철학책들은 반 고흐의 그림처럼 항상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나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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