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로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어젯밤 누웠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금 자면서 나는 죽을 텐데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로 갈 수 있는. 옆에 있는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철학과 학부시절 스터디그룹을 하던 어린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모르지만 겸손하지 않았던 나, 그게 철학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갓 태어난 망아지 같았다. 다리로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처음 본 내 몸에 붙어있는 이상한 팔다리 같은 것에 놀라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힘을 주었더니 가끔 내가 길쭉한 발로 길쭉한 팔로 일어서는 것이다.
나에게는 철학이 그랬다. 부탁한 적이 없지만 내 몸에 붙어있는 이상한 팔 다리. 걷고 손을 흔들고 하는데 쓰는 거라는 건 조금씩 모두 우연히 나에게 알려졌다. 다 정말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