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알콩이가 초콜릿을 먹은 지 3일이 지났다. 아이는 신나게 뛰어놀았고, 예전과 같은 모습에 한시름 놓았다. 그래서 고생한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개나리 이름도 알려주고 벚꽃이 무슨 색인지 말해주며 기분 전환을 해주었다. 알콩이는 무척이나 신나서 꼬리를 하늘로 쳐들고 탐색하기 바빴다. 마침 호주에서 보내 준 강아지 간식까지 와서 알콩이는 최고의 날들을 보냈고 유치원에 가서도 신나게 뛰어다니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초콜릿 사건을 잊을 때쯤 일요일 새벽 1시 반부터 알콩이는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 개에 대해 무지했기에 처음에는 ‘공복토’일 거라 생각해서 사료 몇 개를 주었지만 어쩐 일인지 먹지 않았고 계속 헛구역질을 했다. 우리는 ‘강아지토’에 대해 검색하다가 혀나 잇몸의 색을 관찰해야 하고 색이 변해있으면 “응급”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콩이의 입을 억지로 벌려 혀를 보니 남색과 보랏빛이 도는 색으로 변해있었고 옷도 못 갈아입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새벽 4시 20분, 밤을 꼴딱 새우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우리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앞에 여자분 두 분이 앉아 계셨다. 우리는 허겁지겁 응급벨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그곳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보호자인 듯 보이시는 두 분은 연실 흐느끼며 울고 있었고 안쪽의 의사들은 분주해 보였다. ‘우리 알콩이도 급한데...’하는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리는데 옆의 보호자분들이 급히 처치실로 들어가더니 비명 같은 울음소리를 토해내셨다. 나와 딸은 얼음 상태로 숨을 멈추었다.
아마도 노견인 아이가 수술을 받고 난 뒤, 예후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30분가량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슬픈 영화를 보는 것처럼 우리도 연실 눈물을 찍어대며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했다. 그 울음소리가 비단 그분의 눈물만은 아닌 듯하여 나와 딸은 얼굴도 모르는 그분과 함께 울었다. 간간이 들리는 “내가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라는 소리가 귀에 꽂혔다. ‘아마도 모든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은 이런 후회를 하겠지’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고 응급실로 들어간 알콩이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조금 뒤, 한 남자분이 오셔서 보호자들과 품에 안긴 반려견을 데리고 갔고 조용한 침묵만이 흘렀다. 나는 나대로, 딸은 딸대로의 상념에 잠겼지만 우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리라. 어느새 우린 손을 모으고 있었고 간절히 기도하는 맘으로 그 새벽을 보내고 있었다. 1시간이 흐른 5시 30분, 드디어 선생님이 나오셔서 우릴 불렀고 심장이 요동치며 긴장했다. 엑스레이나 간수치 등 정상인데 아마도 초콜릿 때문에 이제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셨다. 계속 지켜보며 검사를 여러 번 해야 한다고, 그리고 응급이라 오늘 추가 요금이 붙을 거라고 하셨다. 손을 떨며 비용을 계산하고 나오니 동이 트고 있었다.
“그리고 알콩이는 다시 건강해졌습니다.”라고 쓰면 얼마나 좋을까! 알콩이는 지금까지 밤마다 토하고 다시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주사를 맞으며 곡기를 끊고 있다. 살이 빠져 더 작아진 몸뚱이로 숨을 쌕쌕 쉬는 숨소리를 듣고 있자면, 큰 눈만 왔다 갔다 하며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자니, 밤마다 구역질을 하며 토를 참는 너를 지켜보자니, 병원비를 낼 때마다 손이 떨리는 나를 느끼자면, 온 가족이 너로 인해 근심에 쌓여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이 순간, 알콩아! 너를 키우게 된 것을 후회한다.
나의 이기적인 나약함을 혐오하지만 내 마음 한쪽 귀퉁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후회의 감정이 없지 않음을 인정한다. 아픈 아이를 보면서 나쁜 마음인 걸 알지만 내 마음이 너무 힘들다. 안 그래도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는데, 사랑과 후회 사이에서 갈등하느라 남은 힘마저 쓰고 있다. 그리고 동물을 키우지 않는 지인들의 눈초리도 뼈아프다. 있는 선약들을 모두 취소하느라 사정을 설명하면 ‘고작 개 한 마리 아프다고 저러는 거야?’라는 눈빛으로 말한다. 어떤 분은 대놓고 “왜 개는 키워서 고생을 사서 하니? 쯧쯧” 하시기도 한다. 그럼 마음에 스크래치가 생기지만 내 생각해서 하는 말이거니 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래저래 열흘 사이에 내가 모르던 세상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반려견을 키우며 다른 세상으로 이동했는데, 아픈 개를 키우며 또 다른 감정의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이고, 주사기로 물을 먹이며 아기가 삼키면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오줌을 많이 누거나 설사끼가 덜한 똥을 싸면 “어구 우리 알콩이 잘했쪄요.”하며 행복해한다. 모든 가족이 알콩이를 위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친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 주고 이런 세상을 알게 해 준 알콩이가 못내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알콩이는 사랑이다.
사료 찌꺼기가 입 주위의 털에 다 붙어버려 꾀죄죄하고 지저분해도 우리 눈에는 한없이 귀엽다. 빗질도 못해서 몸의 털들이 뭉쳐 노숙자 같아 보여도 어찌나 예쁜지 말로 다할 수 없다. 엉덩이에 설사똥으로 누렇게 되어 있어도 하나도 더럽지 않다. 설사똥만 안 싸주면 감사하다. 어제처럼 내 바지 위에 오줌을 싸더라도 배변만 잘하면 괜찮다. 이렇게라도 우리 작은 아가가 잘 버텨주면, 그래서 회복해 주면 더 사랑해 주련다. 평생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달 이상은 산책할 때 투덜거리지 않을 것이다. 매일 양배추와 토마토를 신선하게 준비해서 간식 도시락을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다. 네가 있음에 감사하고 더한 사랑의 마음으로 품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