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특별하단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고학년 때 전학을 온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좀 특이하다. 보통 고학년이 전학을 오면 잠시동안 주눅이 들어있거나, 관찰하는 시간 동안은 조용히 있는 게 대부분이다. 가끔은 또래 집단에 들어가지 못해 한 해 정도를 혼자 돌아다니기도 해서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이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전학 온 첫날부터 무지 튀었다. 키는 작고 몸은 왜소한데 목청은 어찌나 큰지, 이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 정도다.


말은 얼마나 많은지 종일 수다에 수업 시간에는 발표하고 싶어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다. 특이한 것은 이 아이의 수다에는 늘 주제가 있고, 그 주제는 변화무쌍하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를 관찰할 수 있었고 이 친구의 생각과 표현방식에 대해 분석할 수 있었다.


이 친구는 또래들에 비해 배경지식이 훌륭했다. 하나를 이야기할 때 다양한 지식들을 끌어와 뒷받침하며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주선’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과거의 우주선부터 현재의 기술이 어디까지 발달했는지, 나라별로 어떤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는지 등을 알려주었다.


역사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자면, 보통 아이들은 인물이나 사건을 알면 수동적으로 아는 것에 그치는데 이 아이는 그 인물을 파악하고 자기 나름의 평가까지 한다. 그리고 나의 의견을 묻고 자신의 평가가 맞는지 내가 피드백해 주기를 원한다. 역사적 사건 하나를 배우면 그 사건의 원인을 다시 분석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떻게 바뀌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다시 나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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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게도 나에게 토론을 하자고 덤비는 날도 있다. 처음에는 ‘살짝 봐줄까’ 했으나 이 아이는 감당을 할 수 있을 듯하여 나 또한 팽팽하게 대립했다. 첫날은 아이가 완패하여 억울해하며 갔으나 또 찾아왔고 다시 시작, 나를 이기지는 못했지만 (내가 져주지도 않았지만ㅎ) 그 아이는 계속해서 도전했고 아이는 조금씩 더 성장해 나갔다.


사실, 이런 학생은 처음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 시간일 때도 고개를 숙이거나 ‘어떻게 하면 발표를 안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이 아이는 수업뿐 아니라 쉬는 시간이나 다른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배워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들의 눈에도 이 아이는 매력적으로 보였고 기존 아이들이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후배들도 이 아이를 좋아해서 “형”하며 다가간다.


분명 이 아이는 특별했다. 그리고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시 생각하자면 우리는 모두 특별하다. 어느 한 부분 안 특별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특별해서 좋기도 하고 특별해서 싫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람이다. 그것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가 이 아이와 다른 아이의 차이 아닐까? 나의 특별함을 알고 내가 그것을 좋아해 주고 타인 앞에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이 아이를 통해서 배운다.


“전 중학교 가서도 선생님 보러 매주 올 거예요.”라는 뻥을 치고 아이는 졸업했다. 그러나 진짜 한 달도 안 되어 학교로 찾아왔다. 아이의 얼굴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선물이었다. 국제중에 입학해서 힘든 수업 과정일 텐데도 아이는 “괜찮아요, 재미있어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시작한 수다...ㅋ 이아이는 어딜 가도 잘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이 아이도, 나도...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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