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2학기쯤 전학 온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유치원도 다녔을 거고, 다른 곳에서 학교도 다녔을 텐데 정말 질서감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정글북에 나오는 늑대가 키운 모글리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였다. 다른 선생님들도 한동안 이 아이로 인해 웅성거렸다. 수업마다 집중은 고사하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교사의 말은 무시하기 일쑤니 어려운 아이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친구들은 칭찬에 약하다. 물론 칭찬은 고래 같은 아이도 춤추게 한다지만, 요런 친구들은 평소에 칭찬을 들은 경험이 적을 확률이 높기에 칭찬 공격에 들어갔다. 아이는 평소 하던 대로 행동했다. 아이의 머리는 늘 위로 뻗쳐있다. 밤마다 머리를 감고 바로 자나 보다. 자그마한 아이의 머리가 하늘로 치솟아 있는 모양새는 무척이나 귀엽다. “ㅇㅇ아, 머리가 뻗쳐서 너무 귀여운데?”하고 말하니 아이는 자기 머리를 쓰다듬으며 쑥스러워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이는 글씨도 자유롭다. “와우, 넌 글씨도 어쩜 이리 귀엽니? 선생님도 너처럼은 못 쓰겠다.” 아이가 내내 딴짓하다 잠깐 바로 앉았을 때를 놓치지 않고 “ㅇㅇ이는 수업 태도가 완전 멋지다. 별 한 개!” 등등 아이는 칭찬의 굴레 속에서 허덕거렸다. 얼마 후, 이 아이는 나를 보러 매일 들르게 되었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면 기둥 뒤에 숨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활짝 웃어주면 그만이었다.
아이가 3학년이 되었다. 여전히 다른 학생들에 비해 자유롭고 영혼도 맑았다. 그런데 아이가 독서부장이 하고 싶다고 도전하는 거다. 한 반에 여자와 남자 각각 한 명씩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도와주기 위해 독서 부장을 뽑는다. 독서 부장의 조건은 학습 태도가 모범적이며 모든 과제를 잘 해와야 하는 것이라 좀 까다롭다. 그런데 이 아이가 하고 싶다고 손을 들더니 다른 아이들과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독서 부장이 된 것이다.
수업에 관심도 없던 아이가 독서 부장이 된 걸 보며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이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많아져 심란하기도 했다. 드디어 첫 번째의 과제가 정해졌다. 리디아의 정원이라는 칼데콧상을 받은 도서를 하며 <칼데콧상>을 받은 책 3권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써오는 것이었다. 아이는 그날부터 매일 도서관을 수시로 가서 칼데콧상 받은 도서를 찾느라 난리였다. 결국 3권을 찾아내 읽고 과제를 모두 해왔다. 당연히 나는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엄청 칭찬을 했다.
아이는 지금도 저 기둥 뒤에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활짝 웃어준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도 웃으며 손을 올려 자기 머리를 쓰다듬은 뒤 나간다. 지금은 뇌와 마음이 맑은 아이지만 이 아이는 자랄 거고, 맑은 뇌에는 아이의 생각들로 가득 찰 거고, 마음에 담겨지는 무언가로 아이는 성장할 거다. 서서히 변해가는 이 아이로 인해 학교의 기쁨 하나가 늘어났다. 아마 내일도 하늘로 뻗은 머리를 하고는 기둥 옆에 서서 나에게 인사하겠지.
사랑한다. ㅇㅇ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