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시끄러운 아이가 있다. 말 조절이 아직은 불가능한 상태로 수업 시간에도 하고 싶은 말을 아무 때나 해서 수업 분위기를 끊어 놓기 일쑤다. 게다가 목소리는 얼마나 큰지, 그 아이가 떴다 하면 어디든 시끌벅적하다.
출근길에 가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아이와 꼭 닮은 분과 손잡고 학교로 오는 이 아이를 보게 되는데, 아마도 아이의 할아버지신 것 같다. 등굣길에도 아이는 팔딱팔딱 뛰어다니고 여기저기를 살피느라 할아버지를 꽤 힘들게 했다. 그걸 보면서 ‘에효, 연세 드신 할아버지가 참 힘드시겠다.’라고 생각했다.
한 날은 권정생 작가의 <황소 아저씨>를 읽고 황소 아저씨에게 상장을 주는 활동 뒤에, ‘나에게 주고 싶은 상장 만들기’를 하는데 아이는 아무 준비물도 가져오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조금씩 나누어 주어 활동하고 있는데 부담임 선생님이 교무실 연락을 받고 나갔다 들어오시며 무언가를 들고 오셨다.
아이의 할아버지가 준비물을 사서 교무실에 맡기셔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나눠준 것으로 충분히 할 수도 있었는데, 할아버님께서 손수 문구점에 가서 잘 알지도 못하셨을 ‘마스킹 테이프’를 사서 교무실에 맡긴 것이다.
그걸 보는데 갑자기 목이 꽉 막히며 가슴이 뭉클했다. 얼마나 손주를 사랑하시는지 할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져서 눈시울도 붉어졌다. 울 것 같아 아이의 머리만 연신 쓰다듬었다.
‘아이야, 나중에 잘 자라서 할아버지께 잘해 드려야 한다. 넌 이런 사랑을 받고 큰 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