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얼마간의 일을 진행하고 아이들과 함께 멜버른으로 3박 4일의 여행을 떠났다. 호주인이 다 된듯한 친구 같은 아이를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그리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싶어 안쓰럽기도 했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도시는 시드니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시드니는 우리나라 명동이나 선릉 같은 느낌이라면 멜버른은 서울역이나 동대문 같은 느낌이었다. 자유여행이다 보니 구글맵으로 하나하나 찾고 구석구석골목들을 다 돌아다녔다. (지금도 멜버른이나 시드니 시내에 떨어뜨리면 찾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다니며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커피집이다. 커피러버답게 가기 전,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어느 커피집 테라스에서 이국적인 도시를 느끼며 커피 향과 맛을 음미하고 싶었다. 마침 아이도 멜버른 시티에는 3대 커피가 있다며 다 찾아가 보자며 제의했다. '야호!'
신경 안 쓰고 지나가면 지나쳐버릴 뒷골목에 다소곳이 위치해 있었다. 정신없는 입간판도 없고 요란한 색도 없이 우아하게 자리 잡아 입구부터 마음에 들었다.
작은 동네카페 느낌으로 살짝 어두워서 골목에서 들어오는 빛의 명암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안쪽 자리만 남아있어 쑥 들어오니 가게가 한눈에 들어왔다. 다국적 국가답게 다양한 인종이 있었고 조용한 음악 사이로 들리는 영어와 큰 액션의 몸짓들이 여기가 한국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그니처인 '플랫 화이트'를 시켜 먹었는데 너무 묵직하고 진해서 기대했던 커피맛은 아니었지만 소소하지만 생동감이 느껴지는 작은 카페였다.
이곳은 내가 바랬던 테라스가 길가에 죽 이어져 도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가게는 듁스보다 더 작았는데 독특하게 천장에 의자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주문받는 분이 아주 유쾌하고 친절해서 기억에 남는다. 잘 생기지는 않았는데 활짝 웃는 얼굴이 잘 생겨 보여서 여러 번 보게 됐었다.
처음에는 길가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고 이후 자리가 생겨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밖은 유럽풍의 거리를 볼 수 있어 좋았고, 안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바리스타들과 독특한 굿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이스 롱블랙을 시켰는데 개인적으로 듁스보다는 내 입에 맞았고 더 가볍고 깔끔한 맛이었다.
골목 안까지 들어가서도 가게를 찾지 못해 옆집 아저씨가 알려주어 겨우 찾게 된 곳이다. 이 앞까지 와서도 설마 이게 커피집이야? 하는 마음으로 가니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집은 동네 찐 맛집인지, 카페 주변으로 사람들이 둘러싸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고 있었다.
길에 서서 마시고, 플라스틱 상자를 뒤집어 앉아 마시고, 심지어 그냥 바닥끝에 걸터앉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근처에 법원이 있는지 판사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오니 일하던 분들이 인사를 하기도 했고 양복 입은 남자들이 줄지어 들어오는 것을 보니 근처 회사분들의 단골집인 듯했다.
어쨌든 갔던 곳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신기할 만큼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곳이었다. 우리도 창가에 서서 플랫 화이트와 디저트를 먹고 창밖을 구경했다. 나는 건물밖에서 안쪽을 바라보고 싶어 얼른 나가 사진을 몇 장 찍으며 만족해했다.
커피 맛은 고소하고 부드러웠고 커피잔도 아담해서 가져오고 싶었다. 옆에 자그마하게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생동감 넘치는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진풍경이었다.
일본에 이어 호주 멜버른을 대표하는 커피집을 방문해 직접 체험해 보니 또 하나의 진기한 체험을 한 듯하여 값진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더욱 귀했는지도 모른다. 오롯이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언제 또 오겠는가! 이별을 앞두고 한 순간 한 순간을 의미 있게 새기려고 마음을 다스리며, 그리 좋아하는 커피로 허전함을 채우는 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