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아이들이 모두 외국으로 나간 뒤, 가장 짠한 대상은 반려견 알콩이다. 알콩이 입장에서 보면 가장 잘 챙겨주던 큰언니가 1년 만에 사라지고, 제일 많이 놀던 둘째 언니도 사라졌으니 말이다.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귀한 줄 알고 큰 시건방진 강아지 곁에는 건방짐을 안 봐주는 나만 남았다.
가장 큰 문제는 모두가 출근했을 때였다. 원래는 한 주에 2번만 유치원을 다녔는데 이제는 4일 이상을 유치원에 보내야 했다. 돈도 돈이지만 알콩이의 체력도 따라주질 않아 밤이면 강아지가 "낑낑"소리를 내며 눈도 못 뜨고 잠만 잤다. 자기에게 누가 손이라도 댈까 봐 식탁밑으로 들어가거나 안으려고 하면 사나운 소리를 내기도 했다.
유치원 선생님도 강아지가 너무 힘들 거라며 주 2~3일만 보내는 게 좋다고 하셔서 2일 정도는 알콩이를 집에서 쉬게 두기로 했다. 강아지가 분리불안이 아니라, 보호자인 내가 분리불안에 걸려있어 알콩이를 혼자 두고 나가면 일이 손에 안 잡혔고 마음이 쓰여서 영 불편했다.
마음 좀 편히 하려 알콩이가 뭘 하는지 보기 위해 홈캠을 설치했다.
알콩이는 아기 때부터 매우 동적이고 호기심 천국인 성격이라 집안의 모든 것을 뒤지고 다녔다. 하도 쓰레기통을 뒤져서 공중으로 붙여놨더니 그것마저도 분해해 놔서 문은 모두 닫고 물건들은 숨겨놓거나 올려두고 외출한다. 가끔 유튜브에 나오는 사고 치는 강아지가 우리 알콩이라고 보면 얼추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홈캠으로 알콩이가 사고 치는 장면을 모두 볼 거라는 예상을 하며 휴대폰으로 확인했다.
우리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반전!
안아주는 것도 귀찮아하고, "알콩아, 이리 와!" 하면 저리 가버리는 우리 집 금쪽이가, 종일 이리저리 하이에나처럼 다니며 사고 칠 궁리를 하던 그 알콩이가 현관 앞 좁은 구석에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자리를 바꾸더니 현관 앞 화장실 발매트에 가서 현관 쪽에 머리를 두고 다시 눕는다. 그렇게 저녁이 돼 가도록 우리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보호자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TV나 유튜브에서 종종 봤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이 아이들의 사랑법이 안쓰럽고 '개'라는 종이 이렇게 생겨먹은 아이들이라 엄청 사랑스럽기도, 매우 짠하기도 한 가족 같은 동물이라 생각했다.
우리 집 강아지가 이렇게 종일 나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홈캠이 없을 때보다 더 불편했다. 이 아이가 또 코 빠뜨리고 현관 앞에서 기다릴 생각을 하니 밖에서 지체할 수 없다.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집에 있어서 너무 좋기도 하지만, 나만 기다리는 누군가로 인해 마음속이 찌릿찌릿 아린다.
알콩아! 나는 너도 사랑하지만 나와 그 밖의 다른 것도 사랑한단다. 어쩌면 너보다 더 사랑하는 것들이 많을 수도 있지. 그러니 너도 우리를 사랑하고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것을 마음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 할 수 만 있다면, 네가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현관 앞의 네게 간곡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