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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May 29. 2024

믹스커피 2잔을 때려 먹고 일합니다

두 번째 책 만들기

 "우와~ 믹스 커피를 두 잔이나 드세요?" 교무부장 선생님이 내 손의 커피를 보시고는 놀란 듯 물으셨다.

그렇다. 믹스를 한 잔도 안 마시던 내가 이제는 2잔을 먹을 만큼 피곤에 절어 산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뇌에는 우리가 피곤 때 분비하는 아데노신 수용체가 있는데 카페인은 이 물질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피곤하지 않다고 뇌를 속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걸 유튜브에서 보았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감당하는지 뇌까지 속여가며 일을 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나 하는 한탄도 함께 했다.


 무슨 책인지는 기억도 안 나지만 그 글 안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힘과 정신으로 하루를 감사하게 살면 그게 잘 사는 거라고 했던 구절이 기억난다. 힘을 끌어모아 살아내는 게 아니라 내 힘만큼만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며, 커피를 끊고 카페인의 도움 없이 집중할 만큼만 일하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을 했었다.


 두 번째 책을 준비하며 생각과 몸이 고되다. 생전 처음으로 해보는 앱에 글을 넣어 편집하고 교정하고, 표지 디자인까지 생각해서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글만 쓴다고 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첫 번째 책을 출간할 때 알았었는데 고새 잊어버렸나 보다. 더구나 출판사에서 해주었던 일을 내가 하려니 어려운 게 당연했다.


 처음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용을 써서 머리와 정신이 힘들었는데. 이게 세 달이 넘어가니 이젠 될 대로 되라고 지친 마음이 힘들었다. 두 번째 책이 거의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시점이 가장 어렵다. 제정신으로는 넘치는 일들이 감당이 안된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폰트부터 글자 색깔까지 바꾸고 있으려니 눈알이 엑스맨에서 광선이 발사되는 돌연변이 같아진다.



광선 나오는 눈을 위해, 탈출하는 정신을 위해, 때려치워라고 말하는 마음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질의 두 번째 책을 위해 믹스 커피 두 개를 컵에 넣어 휘휘 젓는다. 이미 한 잔을 마셨으나 기별도 없는 몸뚱이에 진한 달콤함이 묻어있는 구수한 믹스 커피로 충전한다.


 연한 갈색빛의 따스한 기운으로 몽롱하던 정신을 부여잡고, 카페인의 속임수에 넘어가 본다.


난 피곤하지 않다!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가 없다! 하는 모든 일이 만만하다! 나는 책을 만드는데 도가 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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