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른 머리를 하러 간다. 파마머리였다가 생머리가 된 지 수개월, 많은 시간 중 미용실 가는 시간은 늘 미루고 미루게 된다. 드디어 머리가 꽉 눌려 대머리 같아 보이게 될 즈음, 미용실로 들어가 머리를 말았다. 이제 중화액을 뿌릴 때가 되니 머리를 말아주시는 디자이너분 옆에 보조해 주시던 분이 오셨다.
이분은 아까 뒷머리 펌을 해주셨는데 가끔씩 머리카락을 따갑게 잡아당겨 아직 아마추어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중화제를 발라 주시는데 어찌나 열심히 해주시는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다. 더구나 중화제가 손에서 팔뚝을 타고 흘러 팔꿈치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마음이 짠한지, 아까까지 내 머리를 뜯어서 기분 나빴던 감정은 사라지고, 이분의 애를 쓰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프로여서 능숙하게 중화제를 발랐다면 몰랐을 기술을 익히기 위해 이분은 온 팔에 중화제를 발라가며 배우고 있었다. '원래 남의 돈 버는 건 쉬운 게 아니지!'
때때로 일이 쌓이거나 학생들로 인해 고단해질 때, 일하는 내가 불쌍하고 짠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면서 늘 들어왔던 대로 당연하다는 듯 "원래 남의 돈 버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 하며 짠한 나를 달랬었다.
하지만 이분의 땀방울 맺힌 최선은 남의 돈 벌기 위해 하는 행위라고 치부하기에 더 귀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비단 돈만 벌기 위해 온 팔뚝에 중화제를 발라가며 저리 애를 쓸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고결한 과정가운데 돈도 버는 수단이 되었으리라!
이번 머리가 어찌 나오든 저분의 정성 덕분에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돈은 왜 맨날 남의 돈이지? 정녕 내 돈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