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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목련꽃이 피었습니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난 봄이나 가을이면 꽃잎이나 가을 단풍을 주워 책 사이에 넣어 책꽂이에 넣어 놓는다. 한 달 정도뒤에 꺼내면 모양은 그대로이고 바싹 말라 있다. 그 잎을 조심히 코팅지에 끼워 코팅해서 자르면 아주 예쁜 책갈피가 된다. 여기에 내 시까지 끼워 선물하면 지인들은 참 좋아라 한다. 가끔은 학생들에게도 선물해 주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좋다.


<리디아의 정원>을 수업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아이들은 자기들도 꽃잎이나 나뭇잎을 내게 선물하고 싶다길래 그러라고 가볍게 대답해 주고 지나쳤다. 다음 날, 2학년 아이가 등굣길에 목련 꽃잎 하나를 주워 소중하게 들고 내게 왔다. "와, 목련잎이네? 나 목련 진짜 좋아하는데." 하니 아이입이 함박입이 된다. "와 아침부터 꽃 선물을 받다니 너무 행복하다. 고마워."라고 하니 또 가져오겠단다.


다음날, 점심을 먹으로 급식실로 갔고 내려오다 잠시 운동장에 들러 몇 바퀴를 돌고 들어왔다. 내 책상은 항상 깨끗한 편이다. 정리가 안되면 생각을 못하는 성향 탓에 대부분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들어와 보니 책상 위가 엉망이었다. "어머!"하고 보니 아이들이 점심식사 후에 운동장 근처에서 꽃잎을 잔뜩 주워 책상 위에 흐드러지게 놓고 간 것이다. 20장 정도의 꽃잎이 책상 가득 피어있었다.


제대로 된 잎사귀 하나 없이 여기저기가 이미 갈변이 되어 예쁘진 않았지만, 소중하게 아이들이 고르고 골라 온 것이니 아름다운 꽃잎이었다. 종이컵에 모두 담아 종일 바라보다 퇴근 시간에 조심히 버렸다. 버릴 때도 막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 미안한 마음으로 쓰레기통에 넣었다. 다 시든 꽃잎이지만 그 안에 마음을 담으면 소중한 존재가 되는구나! 를 한번 더 느끼며 아이들의 사랑을 푸짐하게 먹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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