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다. 내 이름이 촌스러워 그런가, 아이의 이름은 1학년부터 내 눈에 들어왔고 금세 외울 수 있었다. 아이는 빠르지 않았고 눈치가 둔했으며 자기표현을 하는데 서툴렀다. 주변이 정리가 안되어있어 도움이 필요했고 문제가 생기면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이는 자라면서 빠르진 않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갔다. 눈치는 둔했지만 선한 마음과 순수한 영혼으로 말과 행동이 정스러웠다. 자기표현은 서툴렀지만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끝까지 말하려고 노력했고 주변정리를 하려고 애썼으며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기는 어려웠지만 도움을 받으면 꼭 감사인사를 챙기는 예의 있는 아이가 되었다.
한 번은 지나가는데 긴 머리가 너무 엉켜있어 보기가 불편해 아이의 머리를 깨끗하게 묶어주었다. 아이는 "선생님, 감사합니다."하고 가더니 다음날 맛있어 보이는 사탕을 하나 가져와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이름도 예쁘고 마음은 더 예쁜 아이였다. 특별히 찾아오진 않았지만 마주치면 환한 얼굴로 인사해 주는 아이를 나는 귀여워해 주었다.
어느 날, 아이는 나를 찾아와서 "선생님, 저 2학기부터 다른 나라로 유학가요. 그래서 이제 선생님을 못 봐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더니 꾸벅 인사했다. 나는 급작스러워 "싫은데? 나는 너랑 헤어지기 싫은데!"하고 말하는데 아이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어머 왜 그래? 유학 가면 재밌고 좋을 텐데 왜 울어?" 하며 달래주는데, 아이가 "전 선생님하고 헤어지기 싫어요. 선생님이 좋단 말이에요."

울며 고백하는 아이를 안아주니 내 작은 품에 꼭 안긴다. 토닥거리니 손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3년이나 유학을 가는 바람에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 돌아온다. 이제 방학이라 아이와 얼굴 볼 일이 없을 듯싶었다. 아직 우는 아이에게 "우리 전화번호 주고받자. 선생님이 그 나라에 가게 되면 너한테 연락할게. 거기서 보면 되겠네." 하니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나 좋다고 울며 헤어지기 싫다는 아이를 보니 서운하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쭈욱 보고 싶은 선생님, 그리운 선생님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