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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Dec 16. 2023

 우리는 찌찌뽕! 한 거야

 

 겨울비가 하루종일 장맛비처럼 쏟아졌다. 밤을 홀딱 세우고 아침까지 내렸다.

잎을 떨군 숲에 비가 더해지니 산골의 아침은  더 쌀쌀하게 느껴졌다.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아침을 먹으려고 시어머님 기일에 먹고 남은 탕국을 데웠다. 국물  한 수저 떠서 입 안에 넣으며 밤 동안 잠들어 있던 입 맛을 깨웠다. 깨어난 입 맛은 탕국에 밥을 말아 김치를 얹어 달라고 했다.

공기를 들어 밥을 국그릇에 쏟았다. 그런데  식탁 건너에서 밥을 먹고 있던 남편의 행동이 0.00001초가 빨랐다. 남편은 나를 보며 "왜 나 따라 하는데?"라고 했다.

나는 "당신을 따라한 게 아니고 우리는 찌찌뽕! 한 거야." 라며 웃었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펴서 남편에게 향했다.

"여보!  찌찌뽕!"

수저  한 가득 밥을 떠서 입 안으로 넣던 남편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내 손가락 끝에 와서 닿았다.

나는 "우리 밥 먹다 말고 뭐 하냐?  아침부터 참 유치하다. 그치?"라며 박장대소했다.

입 안에 밥을 가득 넣고 우물거리남편의 얼굴은 소리 내어 웃지 못하고 하회탈처럼 시나브로 찌그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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