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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수 Sep 08. 2022

자연, 아름다움 이상

해만 바라보는 그대

뜨거웠던 대지도 선선한 바람에 자리를 내주고, 터줏대감 인양 울어대던 매미도 귀뚜라미에게 못이긴 척 슬쩍 양보하는 이 계절에 서서히 나무도, 이파리도, 그리고 꽃들도 다음 주자에 바통을 넘기고 있다.

나는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를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어 아내 핸드폰으로 보냈다. 그때만큼은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작은 하나가 주인공이었다.     


나무를 바라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꽃, 풀, 돌, 바위, 산. 그들은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가?     

 

자연은 피고 지고 또 피면서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작은 들꽃은 벌을 초대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한 초대이다. 그 오묘한 색깔과 향기는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을 위한 파티이다. 

아낌없이 주는 것은 나무와 땅속에 뿌리박혀 모진 바람과 눈을 이겨내고 다시 소생하여 인간에게 다가가는 것들. 

그리고 그들의 생로병사를 통해 인간의 삶의 여정을 눈앞에서 보여준다.   

  

한창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해바라기는 영어로 Sunflower(태양 꽃)이다. 

태양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일편단심, 충성, 혹은 기다림을 상징하기도 한다.  

‘양지바른 곳에서 햇볕을 쬐는 일’을 의미하는 우리말이 영어보다 더 해바라기를 잘 설명한다.

실제로 해바라기의 새싹과 잎은 아침에는 동쪽을 향해 있다가 서서히 태양을 따라서 서쪽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꽃이 만발하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동쪽에 고정되어 있다. 이제는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해바라기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수의 작은 꽃의 집합체이다. 

그런데, 그 작은 꽃들은 정확한 배열에 의해서 위치되어 있어서 서로 최적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중심에서 각각 배열된 줄들이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일정한 규칙에 의해서 구성되어 있다.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23, ......... 

눈치 채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이것은 앞의 두 수의 합으로 이루어진 수열이다. 

그리고 이것은 해바라기를 구성하고 있는 작은 꽃들의 배열 순이다. 

뒤의 수를 앞의 수로 나누면 점점 1.68에 가까워지고 1.68 : 1의 비율로 원을 만들면 137도의 각도가 나온다. 

그리고 모든 두 개의 작은 꽃들을 연결해보면 동일한 각도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바라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식물들은 이러한 최적의 배열로 인해서 적절한 영양분을 흡수, 소화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각 식물들에 부여된 독특한 특징과 더불어 이러한 공통적인 특징들이 어우러져 질서를 유지하고 인간에게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제공하고 있다. 

이 원리는 우주 만물의 모든 것에 적용되어 있으며 우리가 하던 일을 멈추고 조금만 주의 깊게 하나의 자연물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렵지 않게 신비로운 어떤 이유와 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 


밖에 나가 자연을 들여다보면 그 오묘한 작동원리를 느낀다. 나무 하나, 풀 하나, 그 어느 것도 이유 없는 존재는 없다. 누군가의 섬세한 터치가 담겨있다.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는 23.5도로 기울어져 있어서 사계절을 인간에게 선사한다. 달을 비롯한 천체는 서로 충돌하지 않고 균형을 맞추어서 정확하게 운행한다. 태양이 지구와 조금이라도 가깝거나 멀다면 지구는 생명체가 없는 곳이 될 것이다.      


한 해의 다양한 꽃들의 꽃잎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가? 

수많은 꽃들의 크기와 색상, 무늬의 조합은 누구의 작품인가? 

언뜻 그들을 보면서 그들이 저절로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빛에 의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보여지는 자연들. 자연을 보면 그 완벽함에 매료된다. 그들은 그들에게 허락된 섭리를 정확하게 지키며 산다. 설계자가 있다면 그의 의도를 완벽하게 따르는 것같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은 정확히 그들의 역할에 충실하다. 하늘에 아치를 그리며 떠 있는 무지개를 보면서 과학적 원리가 먼저 생각이 나는가? 아니면 감탄사가 먼저 나오는가?      

인간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이 자연을 근거로 하고 있다. 

설계자가 있다면 그 숨결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자연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을 찾아내어 이름을 붙였고 설계자는 이것을 보면서 흡족함을 느낄 것이다. 자연은 자체로 다채롭고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 오직 인간만이 다양성에 비교를 창조해 낸다.     


이 초가을에, 주위에 있는 자연을 바라보고 상념에 잠긴다. 

세상의 이성과 상식을 뛰어넘어 그것들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는 특권을 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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