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커피 경연대회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커피 경연대회 'CoE'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Cup of Excellence competition’, 일명 CoE라 불리는 이 대회는 1999년 브라질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죠. 하지만 이 대회가 단순히 “세계 최고의 커피를 뽑는 자리”가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의 역사 자체를 바꿔놓은 계기였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합니다.
오늘은 커피의 세계 무역 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커피 농부들의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다주었는지를 CoE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보려 합니다.
1990년대 중반, 전 세계 커피 시장은 심각한 가격 폭락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커피는 ‘품질’보다는 ‘생산량’이 우선시 되었고, 양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국제커피기구(ICO), 국제무역기구(ITC), 그리고 UN 공공기금(Common Fund for Commodities)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이름하여 ‘Gourmet Project(구르메 프로젝트)’.
'브라질, 에티오피아, 부룬디, 우간다, 파푸아뉴기니'이 다섯 개 커피 산지를 대상으로 “커피의 양이 아닌 품질을 통해 시장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는 고품질 커피의 잠재력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커피는 단지 향과 맛의 문제가 아니라 산지의 지속가능성과 농부의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죠.
이때 브라질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이 고품질 커피들을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인터넷 경매로 직접 판매해 보자.” 그 결과, 1999년 ‘Cup of Excellence’, 즉 대회 CoE의 첫 장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310개 커피 농장이 참여했고, 전 세계에서 모인 14명의 심사위원이 최고 품질의 커피를 선정했습니다.
그해 1등 커피는 파운드당 2.6달러였고, 당시 일반 거래가 1.3달러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CoE는 <고급 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2000년 브라질 대회는 CoE 소문을 듣고 찾아온 많은 바이어들이 대회 참가 의사를 표시하면서 대회는 아주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2001년에는 과테말라가, 2002년에는 니카라과가 CoE대회에 참여하면서 대회의 규모가 점차 확장되어 2025년까지 약 17개국에서 대회가 열렸고 매년 13-15개국 정도가 꾸준히 이 대회를 통해 자국 커피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CoE 대회는 각 산지국가에서 열립니다. 대회를 주관하는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가 개최국과 협약을 맺으면, 수확을 마친 농부들이 샘플을 제출하며 대회의 첫 단계인 프리 셀렉션(Pre-selection)이 시작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결점두를 꼼꼼히 선별하고 상위 100~150개의 커피가 국내 대회(National Competition)로 진출합니다.
2번에 걸친 이 평가는 자국 내에서 선별된 국내 커퍼들로 진행됩니다. 이들은 엄격한 커핑 훈련과 테스팅을 통해 선별되는데 CoE 대회의 국내 심사관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커퍼로서의 위치를 나타날 수 있을 만큼 그 위상은 대단합니다. 그만큼 선별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인데 브라질의 경우 한 커퍼가 국내 전 심사관으로 발탁이 되면 다음 해 연봉이 올라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죠.
이 국내 대회에서 86점 이상을 받은 커피만이 국제평가전(International Competiton)에 진출하게 됩니다. 국제 심사관들은 대륙별 지역별 안배를 고려해 초청된 심사관들로 구성됩니다. CoE대회의 심사관이 되려면 먼저 전 단계인 옵져버(Observer)에 지원해 각자의 커핑 능력을 평가받습니다. 옵서버는 말 그대로 심사관들과 똑같이 대회에 참여하지만 그들의 점수는 평가에 포함되지 않고 다만, 이 기회를 통해 예비 심사관의 커핑 실력과 대회 프로토콜에 대해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심사관들은 통상 대회 전 주인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현지에 도착해서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대회에 참석하는데 첫날인 월요일은 커핑을 하지 않습니다. 이 날은 그 나라에 모인 심사관들의 커핑 기준과 차이들을 상호 조절하는 '교정' 수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커퍼들의 성장 배경이나 활동 무대가 서로 다르다 보니 평가에 있어서도 같은 품질을 두고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어 이 수업을 통해 서로의 주관적 커핑 심사 기준을 버리고 좀 더 합일된 의견으로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고품질 커피를 골라내기 위한 교정을 받게 됩니다.
화요일부터 본격적인 커핑이 시작됩니다. 통상 한 테이블에 4명의 커퍼가 함께 커핑하게 되며 각 샘플은 4개의 컵씩 준비됩니다. 수요일까지 이 커핑에서는 국내전을 치르고 올라온 커피들을 모두 커핑하면서 커피에 이상이 없는지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특히 디펙트를 가지고 있지는 않는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데 COE 커피라 불리는 커피에서는 아주 미비한 결점이라도 용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커피가 COE 커피로써 기본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이틀간의 커핑의 주목적은 COE커피로써 기본자격을 평가하는 작업을 거쳐 86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들이 준결승에 진출합니다. 목요일 하루에 준결승에 진출한 커피들을 다시 처음부터 커핑 합니다. COE 커핑의 원칙은 한 단계를 통과하면 그다음 단계의 커핑에서는 전 단계의 커핑 결과를 ‘0’로 봅니다. 아무리 좋은 커피였어도 다음 단계에서 심각한 결점이 발견된다면 이 커피는 탈락하게 되죠. 그래서 커핑 또한 매우 신중하게 진행됩니다. 준결승 전에서는 커피에 대한 디테일을 찾아내는데 중점을 둡니다.‘이 커피가 스페셜하다면 왜, 무슨 특징 때문인가’ ‘이런 스페셜한 커피들이 그저 스페셜한가 아니면 COE 커피로 분류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를 신중히 고려하면서 커핑을 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COE대회만이 현재까지 그 위상을 잃지 않고 유지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스페셜티라는 이름으로 통칭하는 고품질 커피가 아닌 '이유 있는' 고품질 커피임을 밝히는 과정이 바로 이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결승전에서는 상위 10개의 커피가 다시 평가됩니다. 심사장이 숨 죽은 듯 고요해지는 순간, 심사위원들은 오직 향과 맛, 질감, 밸런스에만 집중합니다. 그렇게 선정된 커피는 농부의 이름과 함께 전 세계로 알려지고, 그해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로 기록됩니다.
많은 이들이 COE를 ‘비싼 커피 대회’로 생각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경쟁이 아니라 배움과 연결에 있습니다. COE는 농부들에게는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한 성장의 과정을,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풍미와 신뢰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농부들은 이 대회를 통해 스스로의 커피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더 나은 품질을 위한 지식과 동기를 얻게 됩니다.
또한 소비자는 COE 라벨이 붙은 커피를 통해 그 산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농부의 노력을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이 대회는 커피를 농산물에서 ‘문화적 유산’으로 끌어올린 무대인 셈입니다.
한 잔의 커피는 결코 우연히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뒤에는 수확의 땀방울, 심사관의 집중, 그리고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헌신이 있습니다. ‘Cup of Excellence’는 바로 그 여정을 기념하는 대회입니다. 농부의 열정이 향으로 피어나고, 소비자의 손끝에서 다시 완성되는 그 순간을.
CoE 로고가 새겨진 커피를 마실기회가 되신다면 잠시 멈춰 그 한 잔의 깊이를 느껴보세요.
그 속에는 세계를 잇는 커피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테니까요.
올가을, 테라로사에서 준비한 2025 코스타리카 COE 6위 수상작 ‘코스타리카 라 이슬라(Costa Rica La Isla)’ 추천드립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향한 열정과 진심이 향긋하게 피어오르는 순간을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