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를 즐기는 당신에게(1)

커피는 사랑하지만 카페인 걱정이 된다면

by TERAROSA 이윤선
clay-banks-_wkd7XBRfU4-unsplash.jpg ⓒunsplash

한때 커피에서 카페인을 뺀다는 건, 커피의 정체성을 잃는 일처럼 여겨졌습니다. 향도, 맛도 빠져버린 듯한 디카페인 커피는 ‘어쩔 수 없는 대안’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디카페인 커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 건강을 고려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한 잔의 커피를 오래 음미하고 싶은 이들까지 ‘디카페인’이라는 선택이 더 이상 예외가 아닌 시대가 왔습니다.


국내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지난 4년간 약 7배 이상 성장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방식과 맛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커피 안의 카페인을 둘러싼 이야기와 함께, 디카페인이라는 세계의 본격적인 첫 장을 펼쳐보려 합니다.




커피를 사랑한 괴테가 남긴

또 하나의 유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물’, 두 번째는 ‘차류’, 그리고 세 번째는 ‘커피’입니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은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루틴이 되었죠. 그래서 많은 커피 소비자들이 아침 일찍 혹은 오전 중에 주로 첫 번째 커피를 마십니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바쁜 현대인에게 활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때로는 그 성분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음료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Goethe_(Stieler_1828).jpg ⓒJoseph Karl Stieler

역사적으로 커피 음료를 사랑한 대문호들이 많지만 그중 괴테는(Johan Wolfgang von Goethe)는 하루에 20-30잔 정도의 커피를 마셨던 것으로 매우 유명한 커피 애호가였습니다. 하지만 불면증을 앓게 되면서 카페인이 적은 커피-현재의 디카페인 커피-를 원하게 되면서 자신의 친구였던 유기 화학자인 프리들리프 페르디난트 룽게(Friedlieb Ferdinand Runge)에게 커피콩의 성분 분석을 의뢰했고 이 과정에서 룽게는 세계 최초로 1821년 커피 열매에서 카페인 성분을 분리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것이 바로 디카페인 커피의 시작이었습니다.




커피는 어떻게 디카페인이 될까요?


스크린샷 2025-08-04 오후 3.11.37.png ⓒunsplash

1903년, 독일의 커피 상인 루드빅 로젤리우스는 바닷물에 젖은 커피 원두에서 카페인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발견합니다. 이를 계기로 벤젠이라는 용매제를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상카(Sanka)’라는 세계 최초의 디카페인 브랜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후로도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계속해서 발전했습니다. 대표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용매제 방식: 메틸 클로라이드나 에틸 아세테이트를 사용하여 카페인을 분리해 내는 방법. 최근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에틸 아세테이트를 활용해, 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스위스 워터 방식: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스위스 워터’ 사의 방식으로, 물과 활성탄 필터를 통해 카페인을 제거합니다. 커피의 맛과 향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공법입니다.
이산화탄소 방식: 고온·고압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카페인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설비 비용이 높아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과학적인 기술입니다.


이처럼 디카페인 커피는 여러 방식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늘 하나입니다.



커피의 풍미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는가.

커피의 맛과 향을 내는 많은 성분들이 열과 습기에 약한 수용성이고 카페인 역시 열과 습기에 약한 특성이 있어 대부분의 디카페인 제거 과정은 그 준비 단계에서 커피 생두를 수증기에 노출시키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카페인이 녹아내리는 것은 물론 빼내고 싶지 않은 다른 성분들까지 빠져나오게 되면서 카페인 제거 후 커피들의 풍미가 대부분 원래보다 약해지는 특성이 있어 소비자들에게 풍미까지 훌륭한 디카페인 커피는 먼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스페셜티 디카페인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변화로 인해 밤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커피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커피의 풍미에 이미 매료된 이들은, 카페인의 각성 효과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대안으로 디카페인 커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는 디카페인 커피 산업, 즉 ‘디카페인 인더스트리’에도 큰 진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변화 중 하나는, 싱글 오리진이나 마이크로 랏 등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이 이제 디카페인 커피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디카페인 커피 소비자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디카페인이거나, 아니거나’ 정도로 나뉘었지요. 디카페인 처리 기술이 미흡하던 시절, 커피의 산지나 품종, 가공 방식이 풍미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탓입니다. 게다가 디카페인 커피의 수요 자체도 일반 커피에 비해 낮았기에, 업계의 관심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크린샷-2025-08-04-오후-3.36.14.png Ⓒ Yunseon Lee

그러나 최근의 변화는 분명합니다. 디카페인 커피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은 디카페인에서도 산지와 품종, 가공 방식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디카페인 커피는 그 원산지나 품종, 혹은 향미적 개성을 표현하지 못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위스 워터'가 이에 대해 적극 호응하면서 새로운 디카페인 커피의 장을 열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테라로사의 디카페인 커피 스토리'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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