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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회사로부터 승진 대신 받은 건 우울증 진단서였다

프롤로그

by But Tier

요즘 세대는 승진을 거부한다고 한다.

책임보다 을 택하고 월급보다 ‘내 시간’을 중시한다는 기사도 봤다.

나도 그 뉴스 고개 끄덕이며 읽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나는 기성세대다.

아니, 누군가 말하듯 ‘꼰대’ 일지도 모른다.


내게 직장생활이란

‘월급’과 ‘승진’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생존 게임이었다.

승진은 곧 월급 상승이었고 월급은 자식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나는 승진을 원했다.


일이 즐거웠던 건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잘하고 싶었다.

책임도 부담도 괜찮았다.

그 대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했다.

하지만 일을 아무리 잘해도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고 책임만 나에게 덧씌워졌다.



특별한 학벌도 화려한 스펙도 없었다.

그래도 ‘일 머리’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중소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옮길 때만 해도 실력으로 인정받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성과를 내도 목표를 초과 달성해도 기준은 늘 나에게만 더 엄격했다.

그들은 그냥 ‘일’을 했지만 나는 매일같이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했다.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버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흔들렸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산재를 신청했다.

노무사도 변호사도 말했다.


“정신질환 산재는 승인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나는 혼자 싸웠고 끝내 승인받았다.


이 글을 쓰기까지 2년이 걸렸다.

내가 겪은 일을 다시 꺼내는 일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무너졌고 수없이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충분하다고 믿었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문제 제기이자 위로이고,

한 사람의 증언이자 수많은 직장인의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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