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객님 대처 방법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며 집으로 돌아갈 때
‘아, 오늘은 역대급이다. 정말 힘들었다.’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을 것 이다.
이런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 이유 없이 트집을 잡거나
자기 기준만 내세우며
말하는 사람을 만난 날이라면 그 피로감은 두 배가 된다.
직업이나 업종을 막론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어느 직종이든 이런 고객은 존재한다.
흔히 진상 고객님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내가 로고 디자인을 하며
마주쳤던 역대급 진상 고객들과, 그때마다 터득한
해결 방안 공략집을 정리해 두었다.
앞으로 새로운 빌런 진상 고객을 만나게 된다면,
이 공략집을 떠올리고 꺼내 읽어보길 바란다.
1. 만원 빌런
모든 판매가 그렇듯 소비자는 물건을 살 때
책정된 가격을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미리 안내된 가격을 확인하고
구매 의뢰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고객이 있다.
바로 가격은 만원으로 맘대로 정하는
'만원 빌런' 유형이다.
“이 정도 간단한 로고 디자인인데 만원에 해주세요.
다른 데는 이 가격보다 싸던데요?”
사실 고객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디자인이 단순해 보이거나,
인터넷에서 더 저렴한 사례를 본
경험이 있으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이건 금방 만들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단순히 그림 한 장을
그려내는 작업이 아니다.
고객과의 소통부터 시작해
1차, 2차, 3차 시안 수정 과정을 거치고,
큰 간판에도 화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고화질로
작업하는 벡터화 과정을 거치며,
명함이나 간판 등에 미리 적용해 보는
포토샵 작업까지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이 많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가격을 임의로 깎으려는 고객에게는
디자인 과정과 가격의 합리성을
1차로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계속 가격을 낮추려 한다면
정중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없음을 알리고
거절하는 것이 최선이다.
나 역시 초반에는 가격을 깎아주고
작업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런 고객은 디자인 완성본을 받은 후
추가적으로 스티커 시안,
명함 디자인까지 ‘서비스’로 요구했다.
한 번 깎아주면 계속 요구하는
패턴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그때 배웠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고객은 처음부터
명확한 선을 긋고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응이다.
2. 올빼미형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와 몸은 지쳐 있는데도
잠이 쉽게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뒤척이다 간신히 늦은 새벽 잠들었을 무렵,
갑자기 '띵동' 현관문 초인종이 울린다면 어떨까?
벨소리에 잠이 확 깨고,
스트레스는 배가 되어 그날 잠들기는 실패다.
이번 유형의 고객도 비슷하다.
업무 시간을 분명 안내했음에도,
자신의 생활 패턴 때문에 새벽 시간대에만 연락을 한다.
낮에는 조용하다가 새벽에 디자인 문의 메시지를 보내고,
다음날 다시 새벽에 디자인 수정 요청 연락을 한다.
처음엔 고객에게 맞춰주고 싶은 마음에
새벽에도 연락을 받아가며
마지막엔 업무 시간을 다시 안내했다.
고객은 “늦은 시간 죄송해요”라고 말했지만
그날 밤 또다시 새벽에 연락을 보냈다.
그리고는 “저는 이 시간밖에 안 돼요”라는 말과
함께 새벽 소통을 계속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디자이너의 생활 리듬이 무너지고,
수면 부족으로 인해 최상의 디자인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해결 방법은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최고의 결과물을 위해선 일정한 작업 리듬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정확한 업무 시간 안에서만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안내해야 한다.
3. 막말꾼
“돈 쉽게 벌려고 그러네? 알아서 해줘야지!”
디자이너라면 모든 고객의 요구를 맞추고 싶지만,
때로는 정말 난감한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새우튀김, 고등어회, 라면, 떡볶이,
잡채, 삼겹살과 같은
느낌의 음식 딱 1개만 추천해 달라는 상황이다.
당신은 어떤 음식이 떠오르는가?
분식도 아니고, 해산물도 아니고,
바베큐도 아닌 음식 찾기.
전혀 다른 메뉴들 속에서 공통점을 찾기엔
바로 답변이 어려울 것이다.
이 고객은 로고 디자인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나이키, 명랑핫도그, 올리브영, 맘스터치처럼
전혀 다른 스타일의 로고 10장을 보내며,
이 모든 특징을 합쳐
하나의 로고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각각의 콘셉트가 다르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바로 그 한마디였다.
“돈 쉽게 벌려고 그러네? 알아서 해줘야지.”
물론 처음 로고를 의뢰하는 고객의 마음은 대개 비슷하다.
‘디자이너가 알아서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해 주겠지.’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디자이너와 고객이 같은 방향을 보기 위해선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핑샵 로고를 제작 의뢰 시
디자이너는 금빛 노을이 지는 화려한 바다 위에
서핑보드를 상상하고 있을 수 있다.
반면 고객은 푸른 파도 위
서핑보드를 떠올릴 수 있다.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 구체적인 대화가 필요하지만,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디자이너가 알아서 해주는 게 당연하다는
불만과 오해가 쌓이면 결국 막말로 이어진다.
막말이 시작되는 순간, 이미 고객은 감정이 상해 있고
그 화살은 디자이너에게 향한다.
존중이 사라진 상태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건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정중하게 소통이 어려워 마음에 맞는
디자인 찾기가 힘든 상황임을 설명하고,
더 이상 작업이 어렵다는 점을 안내하는 것이
더 막말을 듣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진상 고객 BEST 3을 이야기했다.
흥미로운 살짝의 반전을 말하자면
이 3가지 유형 중
1.2번은 모두 같은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계속 맞추다 보면 고객은 자신의 행동이 진상인지도
모른 채 요구가 점점 늘어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건 아니다’라는 신호가 온다면,
참고 버티기보다 정중하게 거절하는 게 낫다.
이 공략집이 누군가에게
빠른 진상 방패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