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노동 1시간이었던 내가 지금은 3시간에 20만 원 받기까지
작은 포장마차 사장님이 있었다. 처음엔 떡볶이 하나로 장사 시작했는데, 손님들이 자꾸 말한다.
"사장님, 튀김은 없어요?"
튀김 메뉴를 만든다. 팔다 보니 또 물어.
"어묵도 있으면 좋을 텐데..." "아, 어묵요? 넵넵!"
그렇게 하나둘 메뉴가 늘더니 어느새 테이블 늘고, 나중엔 지점까지 냈다.
내 이야기가 딱 그랬다.
13년 차 회사원이던 내가 퇴사하고 던진 한마디였다. 문제는 포토샵을 켜본 적도 없다는 거다.
일러스트레이터? 그게 뭔데? 그림 그리는 사람 아냐?
진짜였다. 나는 ISTJ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스타일.
주어진 일만 13년 동안 묵묵하게 해온 사람. 그런 내가 갑자기 디자인? 막막했다. 아니, 솔직히 무서웠다.
그래도 어쩌겠어. 시작했으니 해야지.
"오늘은 포토샵 기초 배우기" "오늘은 일러스트 펜툴 익히기"
먼지만큼 작은 성공이라도 좋으니까, 하루에 딱 하나씩만 배우자. 그렇게 버텼다.
로고 만들기는 처음엔 정말 힘들어서 10시간 동안 1개를 간신히 만드는 정도였다.
그리고 1 달 뒤.
1만 원으로 시작한 로고가 30개 팔렸다. 나도 놀랐다. '어? 이거 되네?' 수요가 많아져 점점 단가도 높아졌다.
그리고 1년 뒤.
300개가 넘는 로고를 팔았다.
기적이었다. 아니,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로고 사업이 자리 잡혔다. 이제 나는 로고 디자이너다. 로고로 먹고살 거다.
그런데 고객들이 자꾸 묻는다.
"저기요, 홈페이지도 만들어주시나요?", "아, 아쉽네요. 로고는 마음에 들었는데..."
이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로고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초보 사장님들이었다.
창업하면서 로고도 필요하고, 물건 팔 홈페이지도 필요했다.
'그래, 배우자.'
또 시작했다. 이번엔 홈페이지를 공부했다.
로고는 보통 5만 원 정도 단가였지만 홈페이지는 15만 원부터 75만 원까지 책정할 수 있었다.
'오? 이거 괜찮은데?'
나도 모르게 사업이 확장됐다.
홈페이지 판매 후 1달 만에 판매까지 이어지고 문의도 계속되었다.
이제 됐다. 이걸로 정착이다!!
그런데 또 묻는다.
"사장님, 우리 제품 릴스 영상으로 광고하고 싶은데 만들어주실 수 있어요?"
사장님들은 홈페이지 제작 후 판매할 물건을 짧은 동영상으로 광고하기를 원하셨다.
요즘 광고는 60초짜리 쇼츠, 릴스가 유행이었고
특히 맛집을 소개하는 릴스가 대세였다.
그래! 이번에는 짧은 광고 동영상 만들기를 배워보았다.
이번엔 인스타그램으로 맛집 계정을 만들었다.
'실전이 최고의 공부지.'
음식점 갈 때마다 찍었다. 구도는 이렇게, 조명은 저렇게. 친구 핸드폰 플래시까지 빌려가며 촬영했다.
유명한 맛집 계정들 하루에 1개씩 보면서 종이에 적었다.
촬영 구도와 조명 쓰는 방법, 식당 광고 문구는 "40년 전통", "서울 단 1곳" 같은 직접적인 숫자를 쓴다는 것.
매일 맛집 동영상을 보며 필기하고 공부하였다.
로고는 한 달 만에 팔렸다. 홈페이지도 한 달 만에 팔렸다.
근데 광고 릴스는?
6개월 동안 단 한 건도 의뢰가 안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은 식당에서 먼저 연락 온다던데, 나한테는 아무도 안 왔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이거 하면 안 되는 건가?'
그래도 계속했다. 음식점 가면 찍고, 편집하고, 올리고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6개월 만에 첫 의뢰가 들어왔다.
족발집이었다. 광고비는 없었다. 족발 한상을 차려주시면 나는 동영상을 제작해 주는 음식 협찬이었다.
그렇지만 좋았다. 진짜 좋았다. '누군가 내 영상을 원하네!' 그것만으로 감사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찍었다.
족발집 찍고 나서 또 연락이 끊겼다.
5개월.
힘들었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그냥 관두는 게 나은 거 아냐?'
그때 유튜브에서 본 말.
"내가 열심히만 한다면, 반드시 어느 누군가는 나의 동영상을 본다."
그 한 문장. 그걸 믿고 계속했다.
그리고 5개월 만에 유료 광고 의뢰가 왔다.
지금은 한 달에 많으면 5건 들어온다. 단가는 처음보다 5배 넘게 올랐다.
촬영 1시간, 편집 2시간. 총 3시간에 20만 원.
수요가 많아지니까 광고비도 자연스럽게 오르고 있다.
나는 ISTJ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그런 내가 알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더 많다는 걸.
6개월 동안 아무 의뢰 없을 때, 보이는 건 '실패'뿐이었다.
근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었다.
그게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지금 힘든가? 나도 그랬다. 6개월 동안 한 푼도 못 벌었다.
지금 의뢰가 없는가? 나도 그랬다. 11개월 동안 딱 1건 협찬받았다.
근데 지금은 바빠서 고민이다.
포기만 하지 마라.
그게 전부다.
1년 뒤에 어떻게 될지
나도 몰랐다. 근데 됐다.
당신도 될 거다.
포기만 안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