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재주문을 부르는 비밀

미슐랭 3 스타의 비밀을 디자인에서 발견하다

by 서른리셋
출처: 모수 서울 홈페이지

미슐랭 3 스타.
전 세계 수많은 레스토랑 가운데

극소수만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다.
한국에서는 단 한 곳,

안성재 셰프의 모수가 이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로 알려진 그는,

음식의 맛만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한 고객이 모수를 방문했다.
식사 도중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왔다가

바로 다시 들어갔는데,
휴지는 호텔처럼 뾰족하게 접혀 있었고
소변기는 물 한 방울 없이 말끔하게 닦여 있었다.
그 짧은 순간 사이에

화장실이 완벽히 정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고객이 놀라 묻자, 셰프의 대답은

가히 미슐랭 3 스타에 오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화장실은 누가 쓴 흔적이 남아 있으면 찝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바로바로 정리합니다.”


이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미슐랭 3 스타의 비밀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고객이 머무는 모든 순간을 세심하게 관리 까지라는 것.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또 이 레스토랑을 다시 찾고 싶어질 것이다.

셰프의 철저한 배려가 손님을 다시 찾게 하듯,
디자인도 고객을 다시 불러오는 비밀은

작은 디테일에 숨어 있다.

다시 찾게 되는 재주문을 부르는 방법은

디자인 작업물뿐만 아니라

고객의 마음까지 디자인하는 것이다.



한 번은 사업장을 급하게 열게 된

고객이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디자이너님, 도저히 막막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어요.

며칠째 잠도 못 자고 있어요."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된 한 사장님의 절박한 목소리였다.

건물이 특이했다.

유리창 4개, 간판도 가로세로 제각각인 구조.

동종업계를 참고하려 해도

이런 특이한 건물은 찾을 수 없어서

며칠째 고민만 하고 계셨다.

사실 나는 로고만 만들어드리면 끝이었다.

계약서에도 그렇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나는 건물 사진 찍어서 달라고 요청했고

직접 건물에 디자인을 미리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해드렸다.
창문 네 개 중 1개만 로고를 두어 시선을 모으고,
나머지에는 상호명을 배치해 가독성을 높였다.
간판은 가로형·세로형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해 보여드렸고,
마지막에는 실제 건물 사진에 로고를 합성해
완성 후의 모습을 미리 보여드렸다.

고객님은 “며칠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속이 다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며칠 뒤, 그는 다시 나를 찾았다.
이번에는 사은품 디자인을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작은 디테일을 챙긴 그 경험이 재주문으로 이어진 것이다.

돌아보면 고객이 다시 찾아오는 이유는 단순히
로고가 예뻐서가 아니었다.
막막한 순간,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준

그 경험이 마음에 깊이 남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점점 로고를

단순히 파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명함·스티커·간판에 어떻게 쓰일지까지 미리 보여드렸다.
작은 배려와 디테일이 쌓일수록
고객은 “이 디자이너라면 믿고 다시 맡길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재주문을 부르는 비밀은 거창하지 않다.
바로 진심으로 대하고,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마음이다.
미슐랭 3 스타가 단순히 음식의 맛으로 주어지지 않듯,
디자인의 가치는 결과물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고객이 느낀 경험 전체가 곧 평가다.


당신이 하는 일에서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디테일은 무엇인가?

이 글을 읽는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답은 누군가를

다시 당신에게 오게 만드는 시작이 될 것이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1화무료로 일해주면 안 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