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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l 16. 2024

6개 맥주 번들은 처음이라

4캔 번들은 사봤습니다

ⓒ종종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 뒤에 마시는 여름날의 맥주만큼 시원하고 매력적인 것이 또 있을까. 날이 더워지면서 운동이 끝나고 맥주를 마시는 것을 거부하기 힘든 계절이 왔다. 그래도 나는 그동안 절대로 맥주를 박스째(?) 구매하지 않았는데 이건 많이 그리고 자주 마시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남긴 장치 같은 것이었다. 기안 84도 매일 술을 마시지만 절대로 구비해 놓지 않고 매일 편의점에 가서 술을 산다지 않은가. 그래서 나도 맥주를 많이 사는 날에는 4캔을 사면 만원인 수입맥주를 구입하는 게 전부였다.



가끔 대형 슈퍼마켓에 정말 싸게는 1000원도 안 하는 가격에 수입 맥주를 팔 때가 있다. 보통은 네덜란드나 벨기에 등에서 들어오는 맥주인데 어찌 이런 가격에 들어올 수 있는 건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두 나라는 굉장히 잘 사는 나라가 아닌가? 보통 이 두나라의 맥주는 실패하지 않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끔 1-2캔씩 구매해 먹었다.



어떤 6개짜리 번들 맥주를 구매했는지 먼저 말하자면 '볼파스 엔젤맨 뉴 잉글랜드 IPA'라는 라트비아산 맥주다. 지난주 슈퍼마켓에서 맥주 코너를 쓱 보던 중 난생처음 보는 맥주를 1000원에 팔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궁금한 마음에 2종류를 각각 하나씩 구매했다. 하나는 라거고 나머지 하나는 IPA였다. IPA는 수입 맥주 중에서도 보통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고 호불호가 명확히 나뉘는 맥주라서 자주 구매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1000원인데 와이낫?이라는 생각이 들어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서 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평소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IPA가 너무 맛있는 것이다! 심지어 내가 마셨던 캔맥주 중에서 제일 맛있다고 느꼈다. 인생맥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반드시 더 사야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다음날 2캔을 추가로 구입했다. 바로 번들을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앞에 말한 것처럼 많이 마시려고 하지 않는 나의 작은 노력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만 그 맥주는 분명 나의 인생맥주였고 주말에 허겁지겁 다시 그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진열장을 가득 채웠던 그 맥주칸은 텅텅 비어서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3개 정도 남아있는 번들 중 하나를 얼른 집었다. 아직 번들이 남아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번들이 4개가 아닌 무려 6개짜리 번들이었다. 너무 많은가 싶었으나 그래도 이 맥주는 너무 맛있고 저렴해서 도저히 번들로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시원하게 넣어둔 뒤에 한 모금을 마시는데 진짜 맛있다고 느꼈던 그 맛이 아니었다. 캔을 자세히 살펴보니 IPA가 아니라 라거였다. 라거도 맛이 없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IPA가 너무 맛있었던 데다가 얼마 남지 않았던 텅 빈 매대가 생각이 나서 빠르게 다시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남아있던 맥주는 모두 라거였고 나는 IPA 맥주를 구매하지 못했다. 역시 사람 입맛은 다 똑같고 혀는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어디선가 다시 세일하는 그 맥주를 마주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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