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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메간 Nov 10. 2022

LET'S GO FOR A DRIVE

콧구멍에 커피 향 넣어주기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는 선율처럼 따뜻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한국인 1년 평균 커피 소비량은 353잔, 한국사람은 하루에 1잔꼴로 커피를 마신다. 나도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잠 깨는 약으로 마신다.  하지만 커피는 술과 함께 우울증, 조울증 환자가 피해야 할 것 중에 하나다. 과도한 커피 섭취는 불안을 일으키고, 수면을 방해해서 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빨리빨리의 나라 한국에 살면서 커피를 어찌 끊을 수 있겠는가. 조울증이라도 하루에 한잔 정도는 용인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일할 때 마시는 각성용 가짜 커피(?)는 최대한 줄이고 주말에 여유를 가지고 마시는 진짜 커피는 최대한 좋은 곳에 가서 그 시간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한다. 각성보다는 커피의 향, 맛, 카페의 분위기, 마음의 여유에 비중을 맞춘다.


제주도 카페 <마마롱>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푸른 잔디밭을 뛰노는 반려견을 보며 마시는 따뜻한 카푸치노, 빨간 등대와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카페라테, 독특한 오브제가 장식된 도시적인 카페에서 마시는 아인슈페인….


 혼자서 가성비 있게 5천 원으로 누리는 2시간의 행복이다. 지도 앱을 켜서 주변에 어떤 카페가 있는지 한번 검색해보자. 스타벅스처럼 붐비는 곳은 추천하지 않는다. 조용한 곳이 좀 더 쉬기엔 좋을 테니 말이다. 아예 낯선 곳도 좋다. 사진으로 본 카페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면 좋아하는 책 한 권 들고 카페로 나서보자. 차가 있다면 조금 멀리 나가는 것도 추천한다. 그러다 보면 나만 아는 풍경 좋은 카페를 발견하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초겨울, 만리포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우연히 예쁜 카페를 찾아냈다. 카페테라스에서 바다가 내려다 보였는데 빨간 등대와 고깃배들이 모여 있는 어촌 풍경이 카페에 심어진 소나무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냈다. 요즘에도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면 그 카페에 가서 라테를 마시며 한참 동안 그 풍경을 감상하고 온다.

태안 모항항 카페 <카페몰로>에서 필름 카메라로 찍은 풍경. 생각이 많은 날 찾는 카페.



 불안장애가 심할 땐 나도 카페에 간다는 것 자체가 고난이자 시련이었다. 그땐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쑥덕거린다는 생각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 나아지고 나니 그만큼 또 좋은 공간이 없었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사람 구경도 하고, 가끔 듣기 싫어도 들리는 커플들의 사랑싸움을 듣기도 하고….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무기력을 극복하는 훈련이 될 수 있다. 우선 나가려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야 하고, 적어도 양치나 세수는 해야 하니 씻어야 하고 잠옷바람으로 나갈 수 없으니 몸을 움직여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일단 나가면 햇볕 쬐기분 나아진다. 커피가 싫으면 심신안정에 좋은 페퍼 민트 차를 한 잔 마셔주자. 울적한 마음은 어느새 줄어들어 있을 것이다.


생초 코가 맛있었던 카페. 불행하게도 이름은 까먹었다.

 이번 주, 일과 공부에 지쳤다면 주말에 편한 복장으로 조용한 카페에 앉아 따뜻한 카푸치노 한잔 해보는 것은 어떨까. 포근한 거품과 쌉싸름한 커피 향이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 줄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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