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by 김간목

TV 속 2차원 사람,

방바닥에 눌은 2차원 사람

부산한 상자 속을 가만히

죽은 눈으로 본다.

나는 아무것도

하나도 아니 움직인다.


상자를 노려본다.

빈 상자도 나를 본다.

쌓인 택배 상자들,

나중에 쓸 데가 있겠지

싶어 텅 빈 속을

마냥 쌓아뒀는데

매양 2차원 나보단

저 상자가 웃길이었다.


내 상자 속,

채울 순 있을까.

뭐라도 담아 어디로 부칠 순 있을까.


2차원 상자, 바쁘다. 깜박거리다,

죽은 눈에 섰다.


오늘은 빈 상자가 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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