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 착한 사람만 있다면 어떨까.
세상에 나쁜 사람만 있다면?
모두가 긍정적이고 올바른 행동만 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가득하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없다.
우리는 흔히 바란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만 있으면 좋겠어."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공감과 위로를 받기 위해 책을 읽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렇다면 행복한 일만 계속된다면,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희로애락.
이 모든 감정이 요즘은 그저 감사하다.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니까.
가끔 이해되지 않는 사람을 마주하면,
분노라는 감정도 함께 찾아온다.
이제는 그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분노야 왔구나. 오랜만이네’
‘아, 내가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는구나.
왜 그럴까?‘
그 덕분에 읽고, 생각하고, 적고, 깨닫는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하나씩 배워간다.
만약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생각해 본다.
이 상황을 한 편의 드라마라고,
혹은 나는 솔로 같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거다.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러면 이상한 사람도 어쩐지 귀엽게 보일 수도 있다.
TV 프로그램도 그렇다.
다양한 캐릭터가 있어야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한 발짝 떨어져 보면,
그 사람도 하나의 역할을 맡은 배우처럼 보인다.
"모든 것은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답다."
-타르코프스키
우리는 쉽게 말한다.
"내 주변에 일 잘하는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기에
내가 더 빛날 기회를 얻는 건 아닐까?
조금만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결국
나에게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주는 사람들임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꽃길만을 바란다.
하지만 희로애락이 있는 삶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다.
오늘 하루가 그런 날이었기를.
어떤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