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직장 동료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내 가방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그때 한 동료가 말했다.
"가방이 더러워지거나 없어지면 어떻게 해?"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 순간, 나와 그리 친하지 않은 동료가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
"얘는 가방이 소매치기 당하거나 찢겨도 좋아할 거야."
하하하. 모두가 웃었다.
그들은 나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공감하는 표정으로 함께 웃었다.
처음엔 그냥 넘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그 동료는 친해지고 싶어서 장난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긍정적인 성격이 존중이 아니라,
"뭐든 괜찮아하는 사람"으로 단정 지어지는 것 같았다.
그때 다른 사람이 한마디 더 보탰다.
"언니는 가방이 없어져도, ‘이것도 추억이다’ 하면서 즐길 거 같아요."
하하...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했다.
이 동생이 하는 말에는 괜찮았지만,
개의치 않아할 거 같다가 아닌
가방이 사라져도 좋아할 거 같다는 말이 왠지
나를 낮추는 말로 들렸다.
조지 번즈는 말했다.
"유머는 무례함과 예의를 가르는 얇은 선 위에 서 있다."
유머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도, 상처 주게도 할 수 있다.
결국, 말하는 방식과 태도의 차이 아닐까.
만약 그 말투에 조금 더 존중이 담겨 있었다면,
나도 기분 좋게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
가끔 이런 순간이 있다.
좋은 마음으로 행동하거나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도,
오히려 그것이 희화화될 때.
또는 시기 어린 농담으로 깎아내려질 때.
'아니겠지. 그냥 장난이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문득 떠올렸다.
나도 후배들에게 친근하게 장난을 건넬 때가 많다.
혹시 나도 모르게,
똑같이 행동한 적은 없을까?
툭 던진 한마디.
다들 웃지만,
누군가는 그 말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나 또한 이런 상황이 불편했으니,
후배들에게도 장난보다는
존중이 담긴 말을 건네야겠다고 다짐했다.
편하다고 해서,
가볍게 여기거나 희화화하는 순간
그것은 무례함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장난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 역시 그런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진지하기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적당한 게 제일 어렵지 않나 싶다.
나는 가벼운 장난을 주고받으며
웃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그래서 후배들도 나를 잘 따르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했다.
칭찬하거나 존중하는 장난을 치기로.
그리고 사람을 함부로 단정 짓지 않기로.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아무리 편한 사이여도,
말 한마디에 긴장을 늦추지 말자.
장난을 칠 때,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 자신은 가까이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