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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좋아하는 사람

by 행북 Mar 20. 2025

우연히 주언규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이 내게 깊은 여운과

꽤 오랜 시간의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생각들을 글로 남긴다.


나는 꽤 이타적인 성격이다.

아낌없이 주는 편이라 종종 ‘내가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주지 않나?’라는 고민은 하지만

덜 주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우연히 본 주언규 영상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섬뜩한 통찰력 있는 말들이 있었다.


주언규는 말했다.


“직장에서 후배였던 나는 매일 선배에게 무심코 얻어먹으며, 결제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선배가 별것 아닌 부탁을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부탁을 해왔다. 받았던 게 있으니 거절하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계속 들어주게 된다. 처음엔 의지하지 않았는데, 점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커피 한 잔에서 시작해, 점심, 저녁 자리까지 이어진다.”


받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관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계약이다.


사람은 쉽게 받지만, 그걸 되돌려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지혜로운 어떤 사람은 쉽게 받지 않으려 한다. 받는 순간 보이지 않는 계약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받은 만큼 갚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고 한다.


다트머스 대학교의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수혜자는 빚진 감정을 느끼고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 사람은 원래 이타적인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감사와 의무감이 커지고,


“뭔가 전략적인 의도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부채감이 커진다.


결국, 의도가 선하든 계산적이든, 받은 사람은 마음의 짐을 지게 된다.


돈이나 호의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준 사람은 언제든지 뭔가를 요구할 수도 있고, 그때 주도권은 항상 준 사람에게 있다.


그리고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관계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주는 사람은 자신이 서서히 미미한 영향력을 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부자들 중 기버가 많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나 싶다.


기버들은 자신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베푸는 사람들이 더 잘 되는 이유가 이거였을까.


주변을 돌아보면, 공짜를 좋아하고 얻기만 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잘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늘 앞장서서 사람을 돕고, 베푸는 사람들이 결국 더 나아가 있다.


나는 궁금했다.

돈을 베풀면 지출이 늘어날 텐데, 왜 그들은 더 잘될까?

주언규 영상을 보고 그 이유를 조금 알게 되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베풀었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괜한 빚진 감정과 압박감을 주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나는 그저 주는 과정이 좋아서 했던 일인데, 그게 상대에게 심리적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왜 테이커보다 기버가 더 성장하는지,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최근에 임원 승진을 원하지 않는 MZ 직장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승진이라는 것을 받으면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맞다.


매번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관계의 힘은 주는 사람에게 있다는 말이 있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중요한 관점이다.


왜 베푸는 사람이 더 강해지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장 강한 힘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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