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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친구보다 나를 선택한다

by 행북

ENFP인 나는,

E의 비율이 높을 정도로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을 이끌고 여행을 다녔고,

내가 주로 계획을 세웠으며,

직장에서는 동료들을 모아 캠핑을 주도했다.


진취적이고 활발한 성격 덕분에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었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한 달에 한 번도 친구를 만나지 않게 됐다.


그리고 그게 편했다.


나 혼자 노는 게 좋았고,

남편과 둘이 보내는 시간이 온전히 행복했다.


"당신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루이자 메이 알콧



주말 아침, 가장 친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우리 집에 올래?”


오랜만에 반가운 초대였다.

예전 같았으면 고민도 없이 신나게 달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오후엔 글을 써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마음 편히 남편과 온전히 놀고 싶었다.


물론, 가전제품 설치기사님이 오기로 한 일정도 있었지만,


예전 같았으면 “내일은 어때?” 하고 조율했겠지.


그런데 지금은,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문자를 보내고 나니 여러 생각이 스쳤다.


친구 얼굴도 보고 싶고,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시간도 좋을 텐데,


하지만 이제는 내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는 걸 깨닫는다.


예전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책을 읽는 시간,

글을 쓰는 시간,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


이 모든 순간이 결국 온전히 나와 만나는 시간이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점점 변해가는 내 모습이 자연스럽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결국 당신이 더 나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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