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세기가 준 건 깨끗한 그릇이 아니라, 자유였다
토요일 오후 6시 10분.
식기세척기를 들이기 위해 설치기사님이 오셨다.
지금도 부지런히 하부장을 설치하는 중이다.
“덜컹… 드르륵, 찰칵.”
그러다가 갑자기 안방에 들어가 시간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신혼 초,
조심스레 남편에게 말한다.
“우리 요리 자주 해 먹으니까 식세기 하나 사자!”
남편은 웃으며 답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다음에 봐서 사자.”
아쉬웠지만, 그때는 그냥 넘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식세기 없이 몇 년을 보냈다.
우리 집은 매일 저녁 직접 요리를 해 먹는다.
새로운 걸 좋아하는 나는 한 번에 여러 요리를 해 보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계산이 시작된다.
‘후라이팬 두 개, 냄비 하나… 접시에 덜어 먹을까?
아냐, 그냥 후라이팬째 먹을까?
물컵도 두 개 꺼낼 걸, 괜히 하나만 꺼냈네…’
하지만 설거지는 남편이 하기로 했으니까, 그냥 맡긴다.
그런데 남편이 설거지하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
누워서 인스타에 글을 올리려고 하다가도,
괜히 가스레인지 주변에 튄 기름을 닦는다.
물티슈를 꺼내 들며 다시 한 번 시도해 본다.
“우리 식세기 하나 살까?”
“좋아.”
웬일로 수긍한다.
힘들었나 보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잘 생각했어! 우린 시간을 버는 거야.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할 거야.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하자!”
스스로에게 합리화해 본다.
퇴근 후 요리하고, 함께 저녁을 먹고,
식세기가 돌아가는 동안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물론, 겪어 봐야 알겠지만.
주변을 보면, 식세기가 있어도 잘 안 쓰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아서 그 점이 의아하다.
‘물 자국이 남거나 덜 깨끗해도 나는 쓸 것 같은데…’
어쨌든, 시간이 조금 더 확보될 거란 기대감에 설렌다.
“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곧 삶을 관리하는 것이다.”
-로빈 샤르마
그게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예쁜 접시에 더 자주 담아 먹고,
요리도 한 가지 대신 두 가지쯤 해 보지 않을까.
별거 아닐지 몰라도,
이런 소소한 변화가 나를 즐겁게 만든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다.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어떤 일에 에너지를 덜 쓰고,
어떤 일에 더 집중할지,
나는 지금 그 균형을 고민 중이다.
“작은 일에 에너지를 쏟지 마라.
에너지는 오직 중요한 곳에 투자하라.”
-브라이언 트레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