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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탈출

by 행북

나는 왜 계속 글을 쓰고 있을까.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가,

브런치라는 글 쓰는 섬에 닿았다.


이 섬에 오기 전,

나는 위계질서가 빼곡한 조그마한 마을에 살고 있었다.


내 등에 조그마한 날개를 달고 태어났지만,

단 한 번도 그 날개를 펼쳐본 적이 없었다.


새장에 갇힌 새처럼

하루하루 피폐해져 갔다.


누군가 말 한마디 하면,

그 말이 곧 법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말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나도 그들처럼 살았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주변만 눈치 보며 따라 하면

‘중간은 가겠지’ 싶은 마음으로.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마을 안에

매일 콧물을 흘리며

마음이 건강하지 않아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랑 놀자.”


처음엔 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운 옆집으로 이사 온 아이는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았다.


나에게선

콧물이 아닌,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눈빛에서 총기도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거울 속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내 등에 달린 날개를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날아보고 싶다.’


이 마을 사람들은

내 등에 날개가 달렸다는 걸 모른다.

혹은 알아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차피 독수리처럼 날 수는 없잖아.”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게

나는 조용히

작은 날개짓을 시작했다.


푸드덕푸드덕

매일 열심히 연습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말 날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희망이 생겼다.


날개짓을 하다 보니

흘러흘러 글을 쓰는 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나는 혼자,

모래 위에 그림을 그려보고

글이라는 것을 써본다.


섬.

모래 위의 도화지를

천천히 채워가고 있다.


언젠가 헬기 한 대가

이 섬 위를 지나가다

우연히 나를 발견하겠지.


그리고 나의 그림과 글을 보고

나의 존재를 알아주겠지.


그때 나는

내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보려 한다.


"네가 두려워하는 그 바깥에, 네가 원하는 인생이 있다."

-조지 아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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