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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너무 좋아해서 생긴 일

by 행북

갑자기 나의 장점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자기소개서에도 꼭 등장하는 질문 아닌가.


"당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내가 나를 잘 아는 건, 꽤 중요하고도 재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 안의 좋은 점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려 한다.


1. 긍정적이다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이거다.

“너는 참 긍정적이야.”


아마도 내 삶에서 가장 큰 무기이자 선물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나는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무사히 마무리되니 오히려 찐한 행복이 느껴지네.”라고 말한다.


길을 잃거나 실수했을 때는,

“이건 모험의 시작이야. 재밌겠다!” 하며 웃는다.


한 달 용돈이 떨어져 먹을 게 하나도 없는 날엔,

“이제 여긴 무인도야. 일주일간 생존 미션이야!”

냉장고를 열고 남은 재료들로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낸다.


죽도록 싫은 사람이 생겨도,

“내가 더 성장해서 꿈을 이루게 되면, 이 사람 덕분일 거야.”

나를 자극해 주는 원동력으로 삼는다.


우박이 떨어져도 “우와, 신기하다!”

천둥 번개가 치면 “공포영화 한 편 볼까?”

비가 오면 “우비 입고 뛰어놀자!”

눈이 오면 “눈사람 만들러 나가자!”


나는 불행 속에서도 행복의 조각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물론, 이런 긍정이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넌 다 좋다고 하잖아. 뭐든 다 맛있다며?”

맞는 말이다. 나는 좋은 걸 잘 발견하고, 웬만한 음식도 맛있게 먹는다.

“우와~ 좋다!”는 말을 자주 하다 보니, 때론 감정의 디테일이 가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긍정은 나의 삶을 지탱해 주는 근력 같은 것이다.


2. 실행력이 빠르다


나는 꽤 즉흥적인 사람이다.

뮤지컬이 보고 싶으면 1분 안에 예매한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모르는 척 묻는다.

“우리 뮤지컬 보러 갈래?”


바다가 보고 싶으면, 그날 바로 떠난다.

별이 보고 싶으면 퇴근 후 1시간 반 거리까지 운전해 가서 새벽 별을 바라본다.

사막이 보고 싶으면 표를 끊고 떠난다.

배우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전화해서 등록해 버린다.


생각은 짧고 행동은 빠르다.

걱정은 나중 문제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지만, 그래서 경험이 많다.


3. 배려심이 깊다


직장에서는 다들 맡지 않으려는 일을 내가 맡는다.

‘뭐, 내 능력치나 오르겠지’ 하는 마음이다.


힘들고 불편한 자리가 있을 때,

그냥 내가 간다.

그 안에서도 분명 배울 게 있으니까.


후배든 선배든, 함께 밥을 먹을 땐 내가 먼저 계산하려고 한다.

주저하는 것보다 해버리는 편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이라면,

기꺼이 내어주고 싶다.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고, 작은 베풂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고 믿는다.


4. 좋은 영향을 주려고 한다


사람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해준다.

“너랑 있으니까, 이런 것도 하게 돼.”

“너랑 있으니까, 재밌고 행복해졌어.”


운동을 안 해본 선배에게 기구 사용법을 알려주며 함께 성장하고,

점심시간엔 근처 꽃집에서 꽃 한 송이를 사서 동료에게 건넨다.

그 동료는 2주 동안 책상 위 꽃을 보며 행복해한다. (5천 원짜리 감동이다!)


주변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하고

악기 학원 체험을 권유하며 함께 가본다.

재밌어하며 결국 등록한 그 친구는

이제 매일 피아노를 치며 웃는다.


캠핑을 처음 해보는 사람을 초대하고,

여행이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과 새로운 장소를 함께 간다.


망설이는 사람에게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주고,

그들의 첫 경험에 내가 조그만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쁘다.


5. 성실함과 끈기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2년 동안 학원에서 제일 먼저 오고, 제일 늦게 갔다.


주말엔 3년 동안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끈기 덕에 직원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21살엔 호기심에 친구와 “공장 아르바이트 한 달만 해보자” 하며 경험한다.

12시간 서서 일하는 작업이었다.

친구는 하루 만에 그만뒀다.

또 다른 친구를 데려갔지만, 그 친구도 하루 만에 포기했다.

결국 한 달을 혼자 버틴다.

그리고 직장에선 주어진 일을 제시간에 끝내기 위해 애쓴다.


끈기는 내가 믿는 유일한 재능이다.

성실함은 늘 나를 살려주는 태도였다.


이렇게 나의 장점만 쭉 나열해서 써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조금 부끄럽지만…

오늘만큼은 나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었다.


내 장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하루를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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