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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빌려, 나를 빌려 나온, 우리들의 세상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다

by 엘라리

한국의 어버이날이다.


나는 엄마한테 용돈을 보내 드렸다. 엄마가 말 안 하셨으면 어버이날을 깜박 잊을 뻔했다. 아들이 한국주소를 물어 왔다. ‘나도 어머니날 무얼 받는 걸까? ’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5/8 일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들도 딸도 아무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아서 그냥 기대를 체념했다. ‘뭘 바라긴..‘ 미국에 있었으면 뭘 콕 집어 사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나와 있는 게,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나는 그런 걸 바랄 처지가 아니었다..

Mother's day cake


근데 5/12 아침 아들과 딸이 각자 “Happy Mother’s Day “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 보니 미국 어머니날은 5/11이었다. ㅎ 그리고 오후에 케이크와 내가 좋아하는 하얀 장미꽃이 안개꽃과 함께 배달되어 있었다.. 기뻤다. 역시 우리 애들 많이 컸다 ㅎㅎ 미국에서 한국까지 이런 걸 보낼 생각을 했다니… 고맙다고 답을 보냈다. 파리바켓 케이크도 혼자 반이나 먹어 치웠다, 맛있었다.


나는 주는 딸이고 주는 엄마다. 딸이나 엄마에게 받는 거보다 주는 게 많다는 의미다. (물론 돈 이야기이다) 여행 패캐지를 사서 아이들과 가면 아이들이 미안해하면서 밥값은 자기 들이 낸다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게 너무 기쁘다. 밥값도 얻어먹기가 약간 안타깝기도 한데, 눈 질끈 감고 아이들이 계산을 하게 둔다. 특히 아들은 빌려간 돈 나한테 이자도 안 주고 있으니.. ‘만약에 내가 이런 여행을 사줄 형편이 안 됐어도 다 큰 아이들이 나랑 같이 여행을 왔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엄마는 명품을 좋아하신다 하지만 명품은 이제 그만 사드리고 싶다. 그 연세에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 전원생활을 하시고 있는 어머니께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엄마는 좋은 옷을 입고 친구들 모임에 가서 자랑하고 싶다는 걸 안다. 하지만 엄마의 명품을 보고 도둑이 들 수도 있지 않는가? 외곽이라 사람들도 뜸한데… 그런데 사실 진짜 이유는 엄마한테 10년 전에 2 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 드렸는데.. 돌아가시면 그 반지를 며느리 준다 하셨다. 내가 2 캐럿 반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서운 했다.. 서운하다고 나 달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는데도 이미 며느리한테 주기로 했으니 줘야 한단다.. 그때부터 나는 그냥 마음 안 다칠 만큼만 엄마한테 해 주기로 했다. 전에 누가 그랬다. 시부모가 사준 집에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오셔서 아이들 키우는데 도우미 아줌마를 데리고 산다고 화가 나서, 마당에 누워 데굴데굴 굴면서 소리를 쳤다고 했다. 그때는 그 시어머니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아마도 그 집을 마련해 주기 위해 자신은 안 먹고 안 입고, 아들을 위해 고생고생 해서 돈을 모아해 줬을 수도 있다. 그런데 며느리가 돈 아끼지 않고 편하게 사는 걸 보고 화가 났었을 수 있다. 표현이 너무 심 하긴 했지만.


모든 관계는 Give and Take라는 걸 깨달은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면서, 내심 뭘로 든 상대방에게서 나도 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마음만이라도 고마워해 주길 바라고, 아니면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라도 해 주길 바라고, 그게 친구면 좋은 친구, 자식이면 좋은 엄마, 부모님이면 좋은 딸이 라는 흐뭇한 대가를 바라고 한다. 가끔은 자기만족일 때도 있지만..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런 셈을 잘하지 못했었다. 그냥 주면 받고 주고 싶으면 주고, 그랬다. 마음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니까, 받은 사람한테 줘야 하는데, 여기서 받고 저기로 주는 꼴이 되었다. 준사람을 염두에 안 두어서 그렇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도는 거라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도움을 받으면 나도 어디선가 도움을 주고 그렇게 돌아가는 게 세상이라 생각했다.. 꼭 받은 사람한테 되돌려 줄 필요는 없다고.. ‘줄만 하니 줬겠지, 나도 그러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다는 걸 이제 알았다.. 사람관계도 부모 자식 관계도 셈을 사용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한 번씩 생각해 본다.. 자식과 부모는 서로 빚진 관계라고 하는데.. 누가 누구에게 빚진 걸까?

부탁도 안 했는데 우리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한 부모님이 우리에게?

아니면 세상에 우리를 나오게 해 준 부모님한테 우리가?

만약의 나의 탄생이 하는 님의 계획이고, 우리 부모님을 하나님이 나를 위해 사용하신 거라면 하나님이 우리 부모님한테 빚을 갚으셔야 하나? 너무 억지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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