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막히는 건, 말이 없어서만이 아니었다.
장애인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맡은 아이들은 대부분 중증 이상의 자폐를 가진 친구들이다. 자폐, 뇌병변, 다운증후군까지 다양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하며 하루하루가 예측 불가능한 날들이다.
이곳 아이들 대부분은 약을 복용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돌발행동이 많기 때문이다. 약을 먹지 않으면 교실이 감당할 수 없어진다고 한다.
나 역시 두 달 전, 반 아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 3주 넘게 깁스를 했다. 뺨을 맞는 건 거의 일상이었고, 물리고 밀리고, 때론 뜯기기도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내려온 지침은 이렇다.
“맞지 말고, 피하라.”
그게 가능할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중·고등반의 상황이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코뼈가 부러지고, 책상이 뒤집히고, 물건이 날아다니는 곳. 그나마 내가 있는 교실은 ‘양호한’ 편이라는 걸 알았다.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도 소리를 지르고, 나쁘면 더 큰 소리를 지른다.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매일 든다.
그저 “나 오늘 싫어요, 기분 나빠요”라고만 해줘도, 많은 오해와 다툼이 줄어들 텐데 말이다.
내 손가락을 다치게 했던 아이는 반에서 당당하고 강한 아이다.
화가 나면 바로 소리를 지르고 원하는 게 있으면 행동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친구가 구석에 가만히 앉아 멍하니 있었다.
어쩐지 위풍당당하던 모습이 사라진 듯했다.
그러다 갑자기 폭풍 오열을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라 당황했다.
나중에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요즘 집에서도 자주 운다고 하셨다.
이유를 듣고는 마음이 저릿해졌다.
그동안 말을 못 하던 둘째 동생이 발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말을 하니까 엄마가 반응을 해주고, 소통이 되는 걸 본 아이가 그걸 질투했다는 것.
급기야 동생의 입을 막으려 했단다.
엄마의 시선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던 걸까.
나는 자폐 아이들이 감정선이 무딘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히려 더 예민했고 더 깊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모든 감정은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말하지 못해 오는 소통의 부재도 안타깝지만,
말을 하고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소통의 부재도 똑같이 아프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다.
말을 해도 서로가 다른 해석을 하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소통은 결국 독백에 그친다.
그건 사실 말 못 하는 침묵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지금 어떤 소통을 하고 있을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많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라는 이유로
자기 위주로 세상을 해석하고 말하고 있진 않은가.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배려하며
진짜로 ‘닿는 말’을 하기 위해 애써야 하지 않을까.
말이 없어도
말이 있어도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말 걸고 싶은 사람들이다.
#자폐아동 #소통의 부재 #특수학교일상 #감정과 말 #장애이해 #진심의 말 #지니의 일상 #브런치연재 #jini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