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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Oct 29. 2024

Round 10

천 만원짜리 시어머니

예? 임신 3주요?

흠..요건 또 예상치 못했는데 말이죠...어쩐지 허리가 넘나 아프더라..

이참에 효자 남편에게 선언을 했다.

앞으로는 시댁에 한 달에 한 번만 가겠다, 음식은 직접하지 않고 사가겠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했으니 이제 그만  방패막이 역할을 해달라!!

남편도 이제 곧 애아빠가 된다고 생각을 하니 책임감이라는 게 생겼나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설 명절 증후군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사건이 터졌다.

뭔 사건이 한달을 못넘기고 이리 생기냐..

이젠 뭐..놀랍지도 않은데 이번 건 진짜 대박사건!!!

늦은 밤 아버님께서 전화를 하셔서는


“나 밥해주는 아줌마 구했다. 이 여자랑 같이 살거니까 그리 알아라!”

뚝!


이건 또 뭔 리란 말인가?

아버님 전화 끊자마자 큰형님한테 전화가 왔고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시골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들한테 접근하는 꽃뱀??

흠.. 꽃뱀은 좀 그렇고.. 계약 결혼? 하~ 이것도 아니고..

뭐라 설명을 해야 되나..

암튼 계약금(천 만원)을 받고 들어와 매달 얼마씩 받으면서

같이 살다가 돌아가실 때 목돈으로 몇 천을 받고 나간다는..


 계약서까지 따로 작성하는 나름 아주 전문적인 업체가

시골 노인분들 사이에  성행나보다

아이고~~막장드라마도 아니고..짜!


아버님 친구분이 소개했단다.

외롭게 살지 말고 돈 있으니 젊은 여자랑 같이 한번 살아보라고. 벌써 얼굴도 봤고 아버님이 꽤 만족해 하신 눈치.

때 아버님 연세 70대 중반, 그 꽃뱀 아줌마 50대 후반!


그럼..지금 천 만원짜리 시어머니가 생긴다는 그런 뜻?


어머님 장례 치룬지 6개월 밖에 안됐는데??


아주 나의 결혼생활은 액티비티, 스펙타클,

버라이어티 그 자체로구나!



생각할 틈도 없이 큰형님과 작은형님이 들고 일어섰다.

우리엄마 홧병나서 죽게 해놓고 유골함 마르기도 전에 새장가 든다는게 말이 되냐? 아버지 제정신이냐 절대 안된다!!

저 노친네가 노망이 나도 아주 단단히 났다며 큰소리가 오가고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아버님도 완강하셨다.

혼자 밥해먹기 힘드니 그 밥해주는 아줌마랑 죽어도 같이 살아야겠단다.

(아버님! 반찬은 제가 다 해다 드렸는뎁쇼??)


니네돈 드는 것도 아니고 나라위해 내목숨 담보로 싸워 받는 연금으로 내맘대로 쓰것다는데 느그들이 뭔 상관이냐고..

(울 아버님은 국가유공자셔서 본인 쓰실 돈은 넉넉하게 매달 나오심)


큰형님이 특히 반대가 심하셨다.

본인 엄마 그렇게 고생만 하다 일찍 보내드린 것도 가슴에 한이 됐는데 이제 와 갑자기 새엄마라니..

다음날 쫓아와 아버님과 대판 싸우고 가신 모양이었다.


아버님은 아예 전화를 안받으시고 큰형님, 작은형님 돌아가면서 매일 밤 전화로 대책회의다.

큰형님께서 늦은 밤에 시댁에 함 가보란다.

그 꽃뱀이 짐싸들고 들어와 있으면 당장 쫓아간다고 연락주라시는데..

아버님한테도 프라이버시가 있지그렇게까지는 나도 하기 싫다.

만약에 갔는데...어...음....못 볼 꼴이라도 보면 또 우짜노..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임신성 두통. 약을 못 먹으니 버틸 수 밖에.

병원서는 너무 아프면 타이레놀 정도는 먹어도 된다는데

임산부가 우찌 약을 먹는단 말이오~~~

머리는 아프고 신경쓸 일만 이렇게 뻥뻥 터지니..

아이고 머리야~~



주말에 가족들이 시댁에 모이기로 했다.

두통도 심하고 태교도 해야되는데..진짜..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버님은 끝까지 재혼?(서류상 혼인신고는  안한다고 계약서에 명기한다던데..)

을 해야겠단다. 열이 받은 큰형님이


“ 그 여자가 아버지한테 잘 할 것 같아?? 빨리 죽으라고 음식에 독 탈꺼여! 그래야 일찍 돈 받고 나갈수 있니까!!“


짧고 굵은 한방이었다.

평소 본인 건강은 끔찍히 챙기시는 아버님은

음식에 독탄다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드셨나보다.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셨다. 

형님들은 먼저 집으로들 가셨고 가만히 앉아 아버님을 쳐다보고 있으려니..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자를 먼저 보내는 슬픔이 젤루 견디기 힘들다던데 아버님도 그러셨으리라.

(물론 금슬은 안좋으셨지만서도)


나도 엄마가 될 준비시작해서 였을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주름진 아버님 손을 덥석 잡았다. 온갖 세월의 풍파를 직통으로  맞은 그 손은 거칠고...작디 작았다


“아버님! 형님들이 저렇게 반대를 하시는데..지금 당장 같이 사실 생각은 마시고 잠깐씩 데이트만 하시면 안될까요?

그래도 아버님이 좋다고 하시면 제가 형님들 만나 설득해 볼께요. 정~ 그 아주머니가 마음에 드시면 아들 며느리랑도

같이 만나고 그러시게요.“

했다.


그때서야 아버님 성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으신 모양이었다.

아무말 하지 않으셨지만 내 손을 쳐 내지 않 그냥 가만히 계셔 주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이쁜 며느리한테 엄청난 감동을 받으셨다는 걸... ㅋㅋㅋㅋㅋ


아버님도 위로가 필요했으리라

물론 그 꽃뱀 아줌마가 썩 마음에 드시기도 했겠지만

아버님 많이 힘드시죠~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듣고 싶으셨을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날 아버님한테 전화가 왔다.


“며늘아! 여기 은행원 바꿔줄라니까 니 계좌번호 불러라!”


“예?”


“아 니꺼 계좌번호 몰러? 그거 말하라고!! 그 아줌마 줄 돈 천 만원 보낼란다. 맛난 거 사먹어라.”


“...”

놀래서 아무말도 않고 있으니 아버님도 멋쩍으셨는지


“고맙다!!!”

하시며 얼른 은행원 분을 바꿔주셨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좌번호를 불러드렸다. 임신성 두통이 싸~악 사라다!

그렇게 그 꽃뱀 아줌마한테 갈 돈이 내 계좌에 들어왔고...

.

.

.

정확히 한달 후에 나는 후회했다.

천 만원 덥석 받 먹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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