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 쓰는 윰

부분적으로 맑음

by 유민


아침 해가 떴습니다

눈 한 번 감으니 얼른 일어나라고 빛이 재촉합니다

하는 수 없이 거북이 같은 몸을 이끌고 물 한 잔 마십니다

꿀꺽 한 모금하니 커튼 사이로 아직은 선선한 온기가 손을 내밉니다

따스한 공기 한 방울이 물 위로 떨어집니다

꿀꺽 한 모금 더 합니다

맑은 온기의 따뜻함은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몸과 마음을 씻습니다

뿌연 거울에 동그라미 그림을 그려봅니다

물기를 닦아내고 나오니 한겨울 같습니다

옷장 속 친구들은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냅니다

무엇을 입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은 또 청바지입니다

장갑과 목도리를 꺼내려다가 잊어버린 것이 생각납니다

베개 밑에 잠들어 있는 휴대전화를 찾아 깨웁니다

그러자 '아차'하며 아침 알림을 보냅니다


띠링,

날씨 '부분적으로 맑음'


며칠 동안 구름이 가득했지만 오늘은 다른가 봅니다

햇빛이 닿는 상상을 하니 조금 더워집니다

장갑만 꺼내고 목도리는 남겨둡니다


문을 열고 나섭니다

은은한 햇살이 반겨줍니다

구름에 살짝 가려진 해가 유독 빛나 보입니다

부분적으로 비추는 햇살은 소심한 스포트라이트 같습니다


오늘도 작은 무대 위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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