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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쓰는 윰

아마

by 유민


그럴 겁니다, 아마

시간 지나면 모두 잊을 겁니다

새벽을 보낸 것도

편지를 버린 것도

눈물을 흘린 것도

아주 높은 하늘의 구름이 되어 날아갈 겁니다


흔적도 없이 지우고 말 겁니다, 아마

수많은 질문이 오고 간 첫 만남의 저녁 식사도

함께 본 눈이 첫눈이라고 믿었던 착각도

귀를 맞대고 들었던 크리스마스 캐럴도

어린 시절 기억보다 더 깊은 곳으로 사라질 겁니다


이토록 단단한 바람은 이루어질 겁니다, 아마

구름처럼 나를 따라오지도

기억의 감옥을 탈출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럴 겁니다

흔적도 없이 지우고 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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