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느릴 뿐, 멈춘 게 아니야

천천히, 나를 다시 받아들이는 중

by 봄 원


2025년 7월 30일


7월 28일. 엊그제 서울에 있는 정신과에 다녀왔다. 무려 한 달 만에 말이다.

벌써 1년 6개월째 여의도에 있는 병원을 다니고 있으며 길면 3주 간격으로 빠짐없이 방문해 오고 있다.

나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 2~3주에 한 번씩 서울을 오가는 일이 쉽진 않지만, 이 병원으로 옮긴 뒤로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서 꾸준히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만에 상담하면서 울었다. 상담실에 문을 열고 들어가 의자에 앉고 지난 한 달 동안에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앞을 가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러 가지의 일을 겪으면서 울증이 다시 찾아와 정말 힘든 한 달을 보내며 버텼다.

찔찔 울며 정신없는 상담시간을 끝으로 병원 바로 옆에 있는 약국에 처방전을 들고 들어가 의자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렸다.

몇 분이 흐르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졸던 나는 눈을 번쩍 뜨고는 내 약을 들고 계시는 약사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약사 선생님께서는 새로 지어진 약을 설명해 주셨다.

아- 상담 때 어렴풋이 약을 조정하겠다고 들은 것 같긴 했는데, 약 용량이 늘어버렸다. 막상 늘어버린 용량을 보니 의사 선생님 앞에서 너무 힘들었던 것만 얘기했나. 조금 후회가 들긴 했지만 선생님께 말하면서 있던 응어리가 그나마 풀린 느낌이라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약을 챙겨 약국을 나갔다.


8월 2일.

30일에 글을 쓰고 지금까지 “8월 2일.” 이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며칠째 머릿속은 복잡하고,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고민이다. 애꿎은 키보드만 두들기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오늘, 일어나자마자 든 생각이 날 다시 키보드 앞에 앉혀놓았다.

지금 내가 5년째 조울증을 겪으면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을 적어보려 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5년간 몸무게 앞자릿수가 5번이 바뀌었다. 나는 운동만 해왔던 사람이고, 우리 가족들 그리고 나는 ‘살’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내 키 178cm로 여자치곤 큰 편에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평생을 저체중으로 살았던 나였다.

그런 내가 몸무게 앞자릿수가 5번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약물 부작용‘ 때문이었다. 대부분에 정신과 약들은 살을 찌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대표적으로 식욕증가, 기초대사량 감소, 인슐린 저항성과 혈당 조절 변화 등등이 있다. 또, 우울기에 집 안에만 있게 되고 외출은 줄어들게 된다. 몸이 무거워졌는데도 움직일 힘이 없으니 악순환이었다.

몇 달 전부터 최근까지 이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폭식’이다. 밤만 되면 돌아오는 가짜 배고픔은 날 정말 힘들게 했다.

주섬주섬 부엌으로 걸어가 먹을 걸 찾고, 먹기 시작하면 옆에 틀어놓고 있던 유튜브 영상이 끝나 광고영상이 재생되고 있어도 모르고 먹는다.

너무 많이 쪄버린 살 때문에 정말 많이 울었다.

예쁜 옷 사 입고 예쁘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하던 나였는데, 이제 내 인생에 그런 건 없다. 나한테 맞는 옷을 찾아 사 입어도 상상하던 모습이 아닌 것에 상처받는 것도 지겹다.

밖에 나가 길을 걸을 때 그냥 지나가던 사람과 눈이 마주쳐도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과하게 걱정하는 일도 힘들어 밖에 나가는 일이 나에게는 정말 큰일이 되었다.

너무나 달라져버린 나의 모습에 거울 보는 것이 이젠 귀신 보는 것만큼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남들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들이 아직 나에게는 1초에 100m를 뛰는 것만큼 힘들다. 그렇지만 약 7번 만에 브런치 작가승인을 받고 요즘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 나는

몇 년동안에 ‘나‘ 중에 가장 대견하고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 요즘이 너무 좋고 평온하다. 아직 내 마음속에 풀어지지 않은 응어리들이 마구 쌓여있지만, 그래도 평온한 게 어디냐. 하는 생각으로 내일 또 하루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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