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나가는 모든 분들에게
걷는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다.
발이 땅에 닿는 감각이나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의식하지 않고 지나가니, 당연했던 동작을 하나하나 다시 배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걷기뿐만이 아니다. 모든 신체 동작이 다 그렇다.
재활 목표 중에, 독립 보행을 목표로 하는 분들이 많았다. 보행에 대한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끈기, 인내심도 치료와 함께 필요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보행은 단순한 동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어선다는 것, 혼자서 어디론가 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변화를 맞이하는 것과 같다.
A님 역시 보행을 시작하고 전환점에 계셨던 분이었다.
편측마비와 불수의적인 움직임으로 재활을 시작하신 A님은 혼자서 휠체어 사용에 있어서 불편한 점이 없으셨다. A님에게 보행은 목표였지만, 새로운 도전이라 두려움과 긴장이 함께하는 활동이었다. 보행을 시작하면 발이 제대로 딛지 못하고, 구부러진 채 꺾이는 발의 상태 때문에 걷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넘어질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셨고,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A님은 그런 긴장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조금씩 보행에 적응해 나가셨다.
매트 위에서의 훈련으로 무릎서기, 걷기, 기립훈련, 관절가동범위 향상을 위한 치료들이 반복되면서 세부적으로 변화가 보였다. 편측 부위의 근육 긴장도가 줄어든 상태도 더 오래 유지되었고, 움직임도 안정되어 갔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 동안 발끝만 응시하시며, 주변에 피해야 할 장애물을 이야기해 주실 때 잔뜩 긴장하신 상황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앞에서 보조했던 보행도, 어느새 뒤에서 낙상 벨트만 잡고도 가능해졌고, 그와 함께 고개를 들고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도 점차 생겨났다.
A님의 보행은 좋아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보폭도 잘 조절하면서 보행하시다가도 팔이 떨림과 동시에 온몸에 땀이 흐르고 흥건해진 손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며, 발을 내딛는 것조차 쉽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래도 항상 휠체어에 도착해 앉으면서 해냈다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스스로의 노력에 대한 뿌듯함이 담겨 있었고 그 감정은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졌다.
언제나 A님은 하루를 최선을 다하셨다. A님은 치료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그런 모습은 나 역시 더 노력하게 만들었다.
회복은 혼자만의 의지로 이루어지기에는 너무나 힘든 여정이다. 여러 치료사선생님들의 전문성과 사명감, 환자의 인내, 열정, 그리고 서로의 상호작용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은 과정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쌓인 시간은 언젠가는 명확한 변화를 만든다.
그 여정 속에서 나는 A님도, 그리고 모든 환자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매번 느낀다.
A님이 그러셨든, 모든 환자분들이 걸어 나가길 바란다.
나는 A님을 통해 의욕을 배웠고,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두려움 속에서도 의욕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은 오히려 나에게 용기를 건넸다.
치료는 단지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A님을 통해 다시금 느꼈다.
몸의 안정성과 함께 마음에도 작은 안정이 전해지기를 바랐고, 치료를 통해 그런 부분까지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
치료에 진심으로 임해 주시고,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가주신 A님께 마음 깊이 고마움을 느낀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걸음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