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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줌마 Aug 16. 2024

타공과 미장

Day 2. 쉽게 넘어가지 않는 공사, 그래도 재밌어.


Day 2 오전: 벽체 타공


전날 철거 작업자분들이 정리를 하고 가셨지만, 현장을 깨끗하게 해둬야 '집 주인이 신경쓰고 있구나' 하시면서 더 잘해주실것 같다는 생각으로 아침에 일찍 현장으로 나가 깨끗하게 쓸고 주전부리를 챙겨두었다. 

다행히 이날도 날씨는 맑음, 여전히 긴장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집에서 작업자 분들을 기다렸다. 오늘은 마저 창호와 문 구멍을 내고, 창호와 문설치를 위한 조적/미장을 하는 날이다. 오전에는 원격 근무를 해야 했기에 작업자분들과 인사하고 여기 여기 일케일케 잘라 주시라 말씀드리고 현장을 떠났다. 나 뭔가 멋진데... 투잡뛰는 멋진 커리어 우먼 같은데? 뭔가 잘 굴러가는 듯한 기분에 우쭐한 기분으로...


한창 미팅 진행중인데 계속 전화가 온다. 계속 끊는데도 다시 오는 전화. 무슨일이시냐 급하게 문자를 드렸더니 벽을 잘못 뚫었단다. 역시나... 국기함을 정사각형으로 만들었던 가닥이 어디 갈리 없지. 내 잘못이었다. 뒤쪽으로 붙어 있는 방의 위치를 생각 못하고 창 크기를 마킹했는데, 뚫고 보니 너무 커서 붙어있는 방 안쪽까지 들어오게 잘렸다. 부랴부랴 창호 주문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창호 하나 취소 가능할까요? 다행히 가능하단다. 제주의 창호 제작업체에 잽싸게 전화걸어 작은 창 하나 추가 하고, 미장사장님에게 구멍 막아달라 부탁하기로 해서 그럭 저럭 해결. 공사는 정말 빵꾸내고 해결하고의 연속이구나. 


뒷방을 관통하고 만 창호 구멍... 


타공/미장 이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 - 창호와 문 


창호와 문은 공사 과정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들 중 하나다. 자가주택일 경우, 바람이 많이 불고 온도차가 심한 집은 독일 레하우의 삼중창을 많이 쓰는것 같은데, 나는 미국식 A1 삼중창을 골랐다. 우리집은 방학때마다 와서 쓰는 세컨드 하우스고 우리가 안 쓸때는 빌려줄 요량인데, 레하우는 아무래도 복잡하고 섬세해 손님들이 와서 험하게 다루면 고장난다는 얘기도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식 창호는 기성품이라 미리 사이즈가 정해져 있기에 안그래도 결정할 것들이 산더미같은 리모델링 과정중에서 조금이라도 선택의 여지를 줄여주어 좋았다. 

문은 소음 차단이 확실하고, 디자인이 좋아 보이는 것으로 하고 싶어 코렐도어를 골랐다. 다른 브랜드를 써보지 않아 모르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정말 소음 차단과 방한에 있어 너무 만족한다. 손잡이를 위로 돌려 압착시키면 정말 길 앞에 있는 집이라는걸 모를 정도며, 중문이 없어도 한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현관문은 공사가 좀더 진행되고 나서 설치해도 되기에, 창호 시공을 먼저 계획했다. 우리집은 작아서 창호가 배송되어도 둘 곳이 없기에 창호 시공 당일 작업 전에 배송되도록 계획하고, 창호 시공팀과 창호 배송사에 작업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작업이 가능할 날짜를 같이 정했다. 같이 일기예보 확인하면서 양생기간이 더 혹은 덜 필요할지도 확인했다. 또 아줌마인 나 혼자이기에 양중(트럭에서 창호를 내리는 것)작업을 시공팀이 해줄수 있는지 역시 미리 확인해 두었다. 



Day 2 오후: 미장의 시작: 조적


미장이라는 작업이 집 수선에 이렇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 아니, 미장팀이 집 수선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몰랐다. 미장이 미장만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집 공사의 미장팀 작업은 4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첫번째는 창호와 문 설치를 위한 조적과 사춤(창호 주변 막음) 작업두번째는 새로 보일러 배관 깐 부분의 미장 작업 (현장용어론 방통이라 한다: 방바닥 통미장), 세번째는 물부엌을 자쿠지로 바꾸기 위한 구배 + 조적 작업, 네번째는 화장실과 자쿠지 부분의 방수 작업이었다. 


미장이 중요한 이유는, 벽이던 바닥이던 잘 말라야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게 날씨와 기온을 많이타서 시간이 오래걸리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집 같은 구옥은 삐뚤빼뚤하기 때문에 각이 잘 맞게 작업을 하기위해서는 작업자 분의 숙련도가 중요했다. 


처음 뵌 미장사장님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분은 목수님의 소개로 연락이 닿았는데, 뭐 노트, 핸드폰 계산기 그런거 없다. 벽을 가만히 노려보더니 '사장님(나를 지칭), 보루꾸 300장 레미탈 55포 쎄멘 가져올테니 여기 비 안맞게 비 안맞게 비니루로 덮어둬.' 알아서 계산 착착 하시고 뭐 해달라면 다 해주셨다. 게다가 작업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네 명 정도 팀을 데려와서 반나절 만에 조적과 벽체 고르기가 다 끝나버렸다. 처음 공사 계획할때 굉장히 걱정했었던 창호 사이즈 맞추기, 한 장의 블록 로스도 없이 깔끔하게 철근도 잘 넣어가며 진행되었다. 따로 부탁도 안했는데 쥐 들어오지 말라고 구멍도 다 알아서 막아주시고.  


나를 힘들게 한 미장 사장님. 그래도 작업은 잘 해주셔서 아주 밉지는 않다. 


그렇게 믿었던 미장사장님이 뒷통수를 칠 줄 누가 알았을까... 

To be continued.



오늘의 팁

미장 작업은 날씨예보를 잘 보고 계획하세요

작업 후 양생까지, 날씨가 좋은 날도 적어도 3일이 필요합니다. 장마나 태풍 예보가 있다면 미장과 연계되지 않는 다른 작업을 먼저 시작하세요. (e.g. 지붕, 천정 목작업 등) 


급하게 창호가 필요하면 청암으로

제주에 청암 공장이 있어서 제작 주문이 가능하고 비교적 빠르게 수령할수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한겨울을 지내본 결과 청암의 소형 이중창은 브랜드와 뒤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보통 작업자분들이 주문하시므로, 저 같은 일반 소비자가 주문할때는 미리 카탈로그 확인하시고 정확히 주문할 모델과 사이즈를 결정해주세요. 


창호 배송시 양중작업을 누가 어떻게 할것인지 미리 협의하세요

직영으로 하는 경우 이런 작업과 작업사이의 연계 작업이 분명히 협의되지 않아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창호는 매우 무겁기 때문에 배송 트럭은 어디에 세우는지, 누가 트럭에서 창호를 내릴 것인지, 작업장까지 운반은 어떻게 할 것인지, 정확히 작업장 내 어디에 둘 것인지 등등을 사전에 결정해야 부드럽게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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