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남들이 보기에 - 끝이 보이는 시작을 한다는 것은 과연 용기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참을성이 없었던 것인가에 대해서 요즘 생각 중이다.
너를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어려운 사랑을 하는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 사랑 자체를 사랑하는 것인지, 이제는 조금 혼란이 온다. 이게 너와 나의 거리인가 싶다.
난 너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시간과 거리가 그 기억을 자꾸만 훔쳐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자꾸만 선명해진다. 너의 아름다운 눈웃음. 울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 약간 수줍어하는 모습. 자꾸만 나를 바라보는 모습. 그리고 너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말과 행동. 우리의 계획과는 거리가 먼 그런 추억들. 그게 참 자꾸만 선명해진다.
정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의 망령이 자꾸만 너를 덮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걸 막는 우산이 되어주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시간과 거리는 자꾸만 나의 우산을 너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너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너와 난 왜 이렇게 모든 것이 서툰 느낌인지. 그 느낌이 참 좋지만,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에게 답답하기도 하다. 우리의 순수함은 이렇게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힘들기도 하지만, 난 그게 참 좋다.
우리는 솔직하게 말한다. 그게 서로 닮아 있다. 그러나 솔직하지 못할 바에 말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서로를 배려하고,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기에, 눈치가 있기에, 그 공백을 서로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애써 묻지 않는다. 서로의 배려심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생겼다. 그게 참 궁금하지만, 말하기 전에는 절대로 묻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날의 침묵을 기억한다. 둘이 남겨진 한밤중에, 도서관에서의 그 약간의 침묵. 난 갈등 중이었고, 넌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 그 어색함을 풀려고 노래를 했던. 솔직하지 않을 바에는 말하지 않음을, 우리는 처음부터 택했던 것 같다. 떠나야 하는 나는, 너에게 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마음을 고백하는 편이 뭔가를 마무리 짓고 시원하게 떠나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자꾸만 후회하면서 아프고 싶지 않았다. 난 그래서 지금 후회는 없다. 다만,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요즘 체감하는 중이다.
너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던 그날들이 생각난다. 별이 가득한 하늘과, 차가운 공기, 냉기가 올라오는 아스팔트와, 이따금 흘러나오는 노래. 뭐 하나 예상했던 것들이 아니지만, 그게 참 좋았다. 너의 뒷모습이 참 좋았다. 분명 우리는 이어져 있었다. 그날은 차가웠지만 그래서 맑은 느낌이 났고 — 너의 숨이 약간 함유된 공기가 너무 좋았다.
난 분명 로맨틱 코미디를 쓰고 싶었는데, 참 아직은 그게 코미디가 되질 않는다. 나에겐 아직 다큐다.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이고,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그리고 네가 날 아직 기다렸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지? 난 그래서 어쩔 땐 너무 힘들어.”
라고 말하던 너를, 아직 난 기억하고 있다. 너의 순수함과 솔직함. 그리고 ‘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 굳은 마음. 너를 믿고, 나를 믿는다. 그리고 아직 거기 있을 그 순간을 믿는다.
그러니까, 네가 정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난 힘들어도 괜찮으니까. 내가 너를 힘들게 한다면, 솔직히 말해줘.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야. 우리의 결말이 로맨틱 코미디식 열린 결말이었으면 좋겠어. 힘든 일이 있고, 서로 바빠서 멀어져도, 어이없는 일로 다시 가까워지고, 결국 함께하게 되는.
영화에 나오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요즘 체감 중이다. 우리는 영화 같은 삶을 추구하니까. 상상하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세상이 나타나니까. 그리고 의지만 있다면, 길은 있으니까.
난 너도 좋아하고, 나도 사랑하고, 이 모든 상황을 즐기는 중이야.
우리는 엉망진창 하고 싶은 대로 살지만, 그건 용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야.
그들은 우리같이 상상하지 못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