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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생 Jun 02. 2024

편의점에서 단백질 치얼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누구나 그렇겠지만 건강상태가 하루하루 다른 엄마에게 지금 이 순간이 ‘남은 생’에 가장 젊은 날입니다.

          

최근 3년간 엄마는 대퇴부 골절, 요추 골절로 힘겨운 시간을 잘 극복했고 워커에 의지할지라도 여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걷습니다. 그리고 배설 관련해서는 실수가 잦다 해도 여전히 당신의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잡고, 이로 씹을 수 있고, 아삭한 식감을 귀로도 느낄 수 있으며, 눈 맞추고 간간이 대화를 이어가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집중력도 있습니다.     


또, 웃음을 주관하는 뇌 감각이 살아있고, 반복되는 질문일지라도 질문거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예컨대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겨울’이 맞냐고 엄마가 묻습니다. 아니 꽃이 피었다가 졌고 더워지기 전이니 무슨 계절일까요?라고 말해 주면  당연히 안다는 듯이 ‘가을’이라고 답합니다.        

  

엄마가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는 오후 4시, 저는 송영차에서 내린 엄마를 꼭 안아드립니다. 그리고 물과 간식을 챙긴 가방을 워커에 걸고 산책을 시작하지요.          


산책할 때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합니다.


가끔은 낯선 톤으로 인사를 해서 상대를 놀라게 하기도, 놀란 이의 못마땅한 표정을 마주하면 대번에 육두문자를 날리기도 해서 사회적이지 않은 언어를 가감 없이 뱉어내는 엄마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원시림의 아기 원숭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유심히 살피고 모두 주우려 하니 당신은 매 순간이 흥미롭겠지만 제 걸음걸음은 힘겹습니다. 제게는 보이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 엄마 눈에는 용케도 잘 띕니다.


눈에 보이는, 손에 닿는, 사물 하나하나가 모두 신기하고 소중한지 작든 크든, 깨끗하든 더럽든, 꽃이든 풀이든 구별하지 않고 손에 쥐고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들이니 귀하게 보라고 제게 말씀하시는 듯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저 또한 차별 없이 설레는 눈으로 사람을, 주변을, 세상을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겠지요.     

셈을 하면서부터 효용가치를 따지고 편견이 들러붙을수록 분별심이 세분화되니, 나와 남, 나와 사물과의 경계가 견고해진 편인데 엄마와 함께 있다 보면 그 경계들과 그로 해서 움켜쥐려는 것들이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자칫 엄마가 넘어질 수도 있어 제가 줍기도 하는데 저도 꾀가 나서 엄마가 먼저 지나가면 주워서 따라갈게 하고 슬쩍 넘기지요. 어차피 한말은 그 자리에서 잊어버리시니 주운 것을 확인하는 일은 없으니까 저는 손을 더럽히지 않아 좋고 엄마는 요구가 수용되니 좋고 서로 좋습니다.        

   

다음번에 산책할 때는 집게와 봉투를 들고 가서 쓰레기를 주워야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쓰줍을 하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햇살 좋은 5월, 산책 후 편의점 간이의자에 앉아 단백질 음료를 마시는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행복합니다.

독자 여러분, 다시 만날 수 없는 이 시간에 깨어있기를 바라봅니다.     


편의점에서 단백질 치얼스~! - K People Focus (케이피플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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