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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론

2월 28일

by 달기

고작 책 몇 권과 사색만으로 어떤 것의 가치를 논한다는 건 오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감히 '선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만의 철학과 그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가고 조금 더 쉽게 나를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이건 나를 바라보는 남을 위한 이해이건, 두 경우 모두 나에게 어떤 결실을 가져다줄 것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날에 선물을 주고받는다. 입학식에는 입학선물, 졸업에는 졸업선물 그리고 태어난 날에는 생일선물 등 특별한 날에 따라 다양한 선물이 존재한다. 그중에 제일은 생일선물이라 생각한다. 이 땅 위에 태어난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이러면 너무 생일 선물을 자랑하는 글처럼 보 수 있겠다..



지난 2월 28일은 내가 태어나 첫 숨을 내쉰 날이다. 생일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일 만큼 희소하지 않고 해를 거듭할수록 그 의미가 조금씩 무뎌질 법도 하지만 우리는 늘 생일을 기억하고 기대한다. 그 이유는 어쩌면 생일선물에 있지 않을까 한다. 생일선물은 받는다는 건 무척이나 설레는 일이다. 물질적인 충족에서 오는 만족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선물에는 물질적 가치를 넘는 무언가 담겨 있다. 바로, 마음이다. 단 한 번이라도 선물을 준비해 보았다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선물에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선물 받는 이의 존재를 기억하고 어떤 선물을 통해 그 얼굴에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순간, 단순히 물질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은 마음을 담은 '선물'이 된다. 물질적 가치와 효용이 높고 값비싼 선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그마한 어떤 것이라도 '선물'이라는 존재는 마음이 담긴다면 그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것이 된다. 단순한 물건에 지나지 않았지만 마음을 담고 의미를 입히는 순간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선물은 마냥 예뻐 보이고 우리를 설레게 하며, 온전히 기억되게 된다.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세상이 빛났던 건 내가 반짝여서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이들이 빛나서였다'라고. 그때 자연스레 흘러나왔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예전처럼 더 이상 한 곳에 있을 수 없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기억해 주고 여전히 나를 비춰주고 있는 나의 사람들에게 지나칠 만큼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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