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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Feb 26. 2022

다행이다, 빵만 태워서...

그윽한 연기 속에서 빛나던 동심

평일, 부산스러울 수밖에 없는 아침.

나는 그날도 시간에 쫓기며 아이들 등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닝빵을 데워 먹겠다는 큰 아이를 위해서 전자레인지 겸 오븐에 빵을 넣고 있는데, 큰 아이가 오늘 학교 시간표를 확인해달란다. 얼른 빵을 돌리고, 거실로 가서 휴대폰으로 학교 앱에 접속했다.  일정표를 다운로드하여 아이와 함께  시간표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집 안에 하얀 연기가 가득 퍼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주방을 보니, 주방은 이미 집 안에 구름이 들어온 듯 새하얀 연기가 가득했다.

어? 어?!"

나의 비명에 시간표를 보던 아이도 고개를 들었다.

우와, 연기다! 동생아 나와봐! 지금 우리 집이 연기로 가득 차고 있어!"

나는 정신없이 오븐을 향해 달려가서 전원을 끄고 접시를 꺼냈다. 빵은 바닥부터 시커메져 있었다. 깨우는 데 5분은 걸리던 동생도 형의 말에 바로 두 눈을 번쩍 뜨고 거실로 나왔다.

오븐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내가 빵을 오븐으로 설정하지 않고 전자레인지로 돌렸다는 게 떠올랐다. 시간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먹지도 못하게 시커멓게 탄 빵을 보니 버려야 할 것 같았다. 얼른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데우지 않은 빵이라도 먹자 하려고 보니, 아이들은 집에 연기가 가득한 것만으로 아주 신나 있었다. 마치 그 옛날 소독차 뒤꽁무니를 는 아이들처럼.

내가 빵만 태워서 다행이다, 우리 집과 아이들 마음은 여전히 건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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