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구체적'으로 말해야 하는 이유

by 나루

그날은 우리 카라반을 출고하는 날이었다.

남편은 카라반을 찾아오기 위해서 대구로 향했고, 나와 아이들은 같이 캠핑 가기로 한 이웃 함께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에 먼저 도착해서 남편을 기다렸지만, 남편은 여전히 대구에서 출발할 기미가 없었다. 시계가 오후 5시를 가리킬 때쯤, 남편이 출발한다고 내게 연락하였다. 아이는 그 소식을 이웃에도 전하였고, 소식을 들은 이웃은 아빠가 몇 시쯤 도착하는지 물어보았다.

"엄마, 아빠 몇 시 쯤 도착해?"

"아빠가 카라반을 끌고 오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평소보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아이는 내 대답을 듣고선 쪼르르 이웃에게 달려가 말했다.


아빠가 카라반을 손으로 끌고 오고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린대요"


아! 끌고 온다는 게, 그렇게 끌고온다는 뜻이 아니었는데... 아이는 아빠가 고속도로에서 운전도 안 하고, 카라반을 손으로 끌고 온다고 생각했구나!




이런 일은 편의점에서도 있었다.

아이가 젤리나 과자를 먹고 싶어 하면, 현금을 쥐어주고는

먹고 싶은 거 들고, 저기 저 앞에 있는 어른에게 과자랑 돈을 주면,
저 분이 계산하고 너한테 과자랑 거스름돈 줄 거니까, 꼭 받아와!"

아이는 그 일을 꽤나 잘 해냈고, 하필 그날은 현금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카드로 계산이 필요할 때였다.


이번에도 똑같은데, 저 분에게 계산할 때 과자랑 카드 주고 오면 돼.


그럼 거스름돈은요?


카드는 자동 계산이라서 거스름돈 안 줘!

아이는 플라스틱 딱지 같은 걸 주고 과자를 산다는 게 영 못 미더운 눈치였다

돈도 아닌데 이걸 주면 진짜 과자 살 수 있어요"

"그렇다니까! 과자 사면서 카드 주면 돼"

아이는 영 마뜩잖은 표정으로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과자를 하나 골라 계산대로 가더니 카드를 직원에게 진짜 줘버리고 왔다. 마치 입장권 주듯이.

그 일 이후로, 나는 아이에게 카드 계산을 맡길 일이 생기면 꼭 강조해서 말한다

"물건 사고 나면 카드 꼭 돌려받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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